은밀하고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변이 '게임 체인저'
시진핑 3연임 뒷받침 '치적'으로 삼은 탓에 내려놓지 못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개혁개방 1번지이자 '첨단 기술허브'인 선전, (인구 1천700만명) '경제수도' 상하이(2천500만명), 권부의 심장인 베이징(2천200만명)까지.
전면 또는 부분 봉쇄됐거나 봉쇄가 진행 중인 중국 거대도시들이다. 상하이 봉쇄는 30일째다. 경제 충격과 식품난 등 시민들의 고통을 안기는 중국 코로나19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됐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먼저 은밀하고 감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델타 변이가 우세 종이던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제로 코로나 정책은 비교적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2020년 초 우한 사태 후에도 스자좡, 시안 등 여러 도시에서 산발적으로 코로나19가 퍼져 해당 도시가 봉쇄되는 일도 있었지만, 코로나19 발생은 대체로 특정 도시에 한정됐다.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의 양대 축은 신속하고 철저한 감염자 조기 발견 및 격리, '외부 유입' 방지를 위한 국경 간 장벽 쌓기다.
누적 감염자가 50만명이 넘은 상하이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해외에서 온 입국자들을 격리하는 한 호텔의 방역 요원이 감염된 데서부터 시작됐다.
오미크론 변이의 은밀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지만, 그간 효과적으로 작동하던 각종 감시망은 감염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질 때까지 미리 감지해내지 못했다. 온·오프라인 약국에서 해열제 등 감기 증상과 관련한 약을 사는 사람의 정보는 당국에 실시간으로 통보되는 등 기존의 '조기경보' 시스템은 무증상 감염이 많은 오미크론 변이의 앞에서 더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둘째 격리시설에서 감염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감염자와 1,2차 밀접접촉자까지 집중 격리시설로 보낸다.
상하이에서만 70만∼8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컨벤션센터, 체육관, 학교 등을 급조해 만든 임시 격리시설로 보내진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장소에 아직 감염되지 않은 수십만명이 감염자와 한 데 뒤섞이면서 이들이 시차를 두고 서서히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하이의 일일 신규 감염자 중 대부분은 이렇게 집중 격리시설에서 발생하고 있다.
거의 매일같이 진행되는 코로나19 전수검사 역시 현장에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으면서 확산의 숨은 경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셋째 '방역의 정치화'가 거론된다.
올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뒷받침할 치적으로 삼아온 '제로 코로나를 통한 방역 성과'가 '실패'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면 봉쇄에 대한 상하이 시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자 관영 매체와 관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일이 잦아들고 있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위드 코로나'로 갈 경우 14억 인구의 중국에서는 엄청난 인명 희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주된 논리다.
중국 감염병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오미크론은 사망률이 낮지만 전파력이 강하고, 대규모 발생할 경우 많은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면서 "중국의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완전 개방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중국이 독자 개발한 불활성화 방식 백신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외국 백신과 비교해 예방 효과가 낮다는 평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자군의 백신 접종률, 인구 대비 중증환자 치료시설 부족 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경제 충격이 커지자 최근 중앙정부가 현장에서 과잉 대응을 자제하고 제로 코로나 방침은 견지하되 과학적 방역에 나서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방역 실패에 따른 문책을 가장 두려워하는 지방 정부 관리들에게 이 같은 지시가 통하지 않고있는 것도 초고강도 방역에 한몫하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긴급 환자 치료를 보장하겠다는 당국의 거듭된 약속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의료 현장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거듭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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