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 국가 책임제' 거듭 당부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거나 자살로 내몰리지 않아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정신 건강 의료서비스도 '필수의료'로 보고 새 정부가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정신건강의학계의 제안이 나왔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7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새 정부 정신건강 정책 제안 포럼'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신체건강 치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전 국민에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백 교수는 국내에서 심근경색과 같은 심뇌혈관질환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실 이송과 권역응급의료센터 전원 등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것처럼 정신질환자 역시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는 자해나 타해 위험이 분명한 수준이 아니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경찰과 소방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고, 대부분 입원과 치료를 가족이 전담해 보호자 등의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정신질환이 만성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지역 내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평가나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 없이 오직 설득에만 의존해 일하고 있는 상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질환자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지자체, 경찰 등 공공이 개입한 이송은 20%에 불과하고 대부분 가족이 이송을 책임지고 있다"며 "광역별 정신응급센터와 공공이송제도를 확립해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거나,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병과 같은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책임제가 마음이 아픈 사람이 쉽게 치료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응급상황부터 치료, 퇴원 후까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촘촘한 정신의료서비스가 신체질환과 동일한 수준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최소한 정신응급의료센터는 필수의료서비스로 국민 생명과 인권 보호차원에서 시급히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보호자도 참여해 중증정신질환에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탰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김영희 정책연구원은 "정신질환자를 둔 가족들의 부담이 너무 커 새 정부가 국가책임제를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며 "가족이 이송과 입원 등을 전담하지 않도록 공공이송제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하고, 정신질환자의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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