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지적장애' 말레이시아 마약밀수범 사형 집행

입력 2022-04-27 16:48  

싱가포르, '지적장애' 말레이시아 마약밀수범 사형 집행
가족 "국제사회 반대에도 강행 믿을수 없어"…시민단체 "국제법 위반"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정부가 '지적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형 반대 청원이 제기됐던 마약 밀수범에 대해 27일 사형을 집행했다.
외신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나겐트란 다르말린감(34)이 이날 사형됐다고 그의 가족을 인용해 보도했다.
나겐트란의 여동생은 AFP 통신에 나겐트란이 이날 오전 이른 시간에 형이 집행됐다면서, 가족은 엄청난 슬픔과 충격에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 정부가 나겐트란의 목숨을 빼앗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사형을 집행한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형 반대 시민단체인 '리프리브'도 나겐트란이 오심의 비극적인 희생자였다며 "지적 장애가 있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이를 교수형에 처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자, 싱가포르가 가입한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나겐트란은 지난 2009년 헤로인 42g 가량을 몰래 들여오려다 검문소에서 체포됐고 이듬해 고등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마약 범죄를 특히 강력하게 처벌하는 싱가포르는 15g 이상의 헤로인을 밀수하다 적발되면 사형에 처하는 '무관용' 정책을 펴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11월 사형 집행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나겐트란을 사면해달라는 청원 운동이 국제적으로 벌어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청원은 그가 협박을 당해 마약 밀수 범죄에 악용됐고, 지능지수(IQ)가 69로 낮은 만큼 사형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말레이시아 총리가 사면을 요청하고 인권단체들이 들고 일어나자 재판부는 사형 집행일 하루 전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집행을 유예했다.
그러나 지난달 대법원 격인 항소법원이 나겐트란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형이 최종 확정됐다.
사법당국은 상고 기각 다음 날에는 싱가포르 국적의 마약 밀수범 압둘 카하르 오트만(68)의 사형을 전격적으로 집행했다. 2019년 이후 처음이었다.
싱가포르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약 관련 범죄자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하는 30여 개 나라 중 하나다.
마약 밀매와 살인 등 강력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치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싱가포르 정부의 입장이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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