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핵무기 선제 사용 옵션을 배제하지 않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은 급진적 핵전략을 유지함으로써 남북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한미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중국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한반도 전문가인 장쓰난 선전위성TV 특약 평론원은 26일 즈신원(直新聞)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국가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핵무기 사용이 북한의 주요 목적은 아니나 존망의 위기시에 자발적 사용을 불사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 평론원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김 위원장이 '전쟁 억제력(핵무기)을 선제적으로 쓰지는 않겠지만, 어떤 세력이 국가안보를 해치고 북한을 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가장 강력한 공격적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을 상기하며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전략에 모호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발언들에 담긴 김 위원장의 의도에 대해 "모호한 동시에 급진적인 핵전략을 잃지 않음으로써 남북한 간의 전체적인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십 년간 누적된 남북한 간 군사 장비 격차, 주한미군 주둔 등에 따른 남북한 재래식 전력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미가 핵전쟁에 말려들기를 원치 않도록 함으로써 재래식 전력을 활용한 대북 공격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장 평론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북한의 모호한 핵전략 배후에 얼마나 큰 전략적 결심이 서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운을 거는 도박을 하길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썼다.
또 설사 미국이 그런 '도박'을 하려 해도 한국이 막으려 할 것이라고 장 평론원은 전망했다. 결국 어떤 의미에서 북한은 최대의 '안보 불안'을 만들어 냄으로써 한반도 관련 경쟁에서 상대방이 보수적(소극적)인 옵션을 택하도록 압박하고, 경쟁에서의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고 장 평론원은 진단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을 통해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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