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첫 여성 국무장관 올브라이트 영면…바이든 "그가 곧 역사"

입력 2022-04-28 04:15   수정 2022-04-28 08:56

美 첫 여성 국무장관 올브라이트 영면…바이든 "그가 곧 역사"
나토 확장 주창…푸틴에 "우크라 침공은 역사적 실수" 일침
美 장관으로 최초 평양 방문…정관계 인사 등 1천400명 추모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20세기와 21세기 가장 위대한 자유의 옹호자", "우리 모두가 미국인이라는 것을 더 자랑스럽게 만든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미국인"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장례식이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지병인 암으로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추모사에서 고인의 우아함과 인간애, 지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가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의 역사가 미국의 역사"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없어서는 안 될 나라로서 미국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그것은 이 나라에서 가능했던 모든 것에 대한 감사였고, 오직 미국만이 전 세계에서 열 수 있었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그의 믿음의 증거였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별세 소식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으로 향하던 에어포스원에서 접했다면서 "나토 동맹이 오늘날 이토록 강력한 이유는 바로 올브라이트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그의 이름은 전 세계에서 선(善)을 위한 힘으로서의 미국과 동의어"라며 "20세기와 21세기에 올브라이트보다 더 위대한 자유에 대한 옹호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우리 모두를 미국인으로서 더욱 자랑스럽게 만들어준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미국인을 기린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모식 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1937년 체코 수도 프라하에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나치와 공산 정권을 피해 11세 때 미국으로 건너온 '정치적 난민' 출신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발탁된 데 이어 미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 자리에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국 상원에서 그의 국무장관 인준 투표는 찬성 99, 반대 0이라는 만장일치로 인준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빌미가 됐던 나토 확장을 일찌감치 옹호하고 발칸반도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동맹의 개입을 앞장서 촉구했다. 핵무기 확산 억제를 추구하며 전 세계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한 인물로도 통한다.
특히 국무장관 당시인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방미한 조명록과 적대관계 종식 등을 골자로 하는 북미 공동코뮈니케 발표를 이끈 데 이어 미국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과 대좌하기도 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그를 발탁했던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부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앨 고어 전 부통령도 참석해 애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고인이 "정말로 중요한 유일한 것은 우리가 어떤 세계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냐다"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고인이 임종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의 불명예스러운 유산을 공고히하는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점을 언급하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는 여전히 좋은 일을 하려고 서두르고 있었다"고 추억했다.
또 고인의 후임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토니 블링컨 현 국무장관, 국무장관을 지낸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 등도 자리했다.
현 정부 인사로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펠로시 의장은 고인을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이라고 했다.
조지아, 코소보 대통령은 물론 보스니아 외교장관, 체코 외교장관 및 상원의장 등 해외에서도 고위직들이 상당수 자리했다.
장례식에는 1천400여 명이 참석했고, 워싱턴DC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됐음에도 최근 증가세에 따른 유족의 요청에 따라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썼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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