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폭동 30년] ⑤ "가정주부였던 나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끝)

입력 2022-04-28 13:00  

[LA 폭동 30년] ⑤ "가정주부였던 나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끝)
한국계 미셸 스틸 연방의원 "흑백 갈등이 한흑 갈등으로 변질"
"한인 정치력은 친정인 한국에도 도움 돼…차세대 더 키워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LA 폭동은 30년 전 가정주부였던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연방하원의원에게 정치적 각성의 계기였다.
스틸 의원은 2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당시 미국 주류 미디어의 보도로 흑백 갈등이 한흑 갈등으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며 분개했고 한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줄 창구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출생인 스틸 의원은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하지만, LA 폭동으로 한인들의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져내리는 현실을 접한 그는 한인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스틸 의원은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을 지낸 남편 션 스틸 변호사의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주 선출직, 연방의원 선거에서 5전 연승을 기록했다.

다음은 스틸 의원과 일문일답.
--LA 폭동은 정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당시 경찰은 폭동의 피해를 본 모든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데 특정 커뮤니티만 보호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민 1세대들은 힘들게 일군 상점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다. 하지만, 주류 미디어는 한인들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면서 총을 든 이기적인 사람들로 매도했다. 그리고 흑백 갈등인 로드니 킹 사건을 '두순자' 사건과 연결하면서 LA 폭동을 한흑 갈등으로 변질시켰다.
당시 경찰이 한인타운을 보호하지 않아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한인들은 그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고 말하는 방송 인터뷰도 봤다. 그때 이래선 안 되겠구나 싶었다. 나라도 나서서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LA 폭동 이전과 이후 한인사회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한인 사회가 그때 전혀 힘이 없었다. 선거 때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 한국 신문만 보고 우리끼리만 지냈다. 그러다가 너무나 가슴이 아픈 사건인 LA 폭동을 겪었다.



그 사건 이후 한인들은 '코리안'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바뀌었다. 우리 한인들이 더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정책 결정과 예산 편성 등 정치가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고의 변화로 이어졌다.
미국 사회 일원으로서 의사 결정에 참여해 우리 목소리와 요구를 관철해야 한다는 주인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미국의 다른 민족과 인종 커뮤니티끼리 문화적, 사회적 교류를 증대하고 공존의 가치를 확립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아시안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의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은 없나.
▲피해자들의 신고 방법을 개선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시급하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공권력의 공조도 확대돼야 한다.
증오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자에 대한 보상 등 3박자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차별과 편견에 대한 교육을 통해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연방하원의원으로서 한인 사회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은.
▲한인들의 정치력이 커졌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젊은 한국계 정치인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입장을 이해하고 현실에 반영시키는 차세대 리더를 키워야 하는데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
한국은 나의 친정이고, 난 미국으로 시집을 왔다. 친정이 잘돼 한인 위상이 커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한인 사회 정치력이 커지는 것은 친정에도 좋은 일이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치력은 결국 한미관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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