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지상주의'에 막힌 경제 혈관…'코로나 문책' 두려움에 중앙 지시도 안 먹혀
물류산업에 19조원 특별대출·부가세 면제…상하이 택배는 한달째 '붕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코로나19 방역을 잘하면서도 나라 경제의 핏줄인 물류를 막지 말라는 중국 중앙정부의 지시가 제대로 먹히지 않자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리커창 총리가 직접 나섰다.
28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교통·물류 문제를 주제로 국무원 회의를 열고 물류 정체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국무원은 "코로나 방역과 물류 보장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부문·지역 간 협력을 강화해 국제·국내 물류를 원활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국무원은 기간 교통망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각 지방정부가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휴게소를 함부로 닫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항과 항만을 통한 물류를 보장하고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택배 기업의 운송량 확대를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지역 차원의 '미세 물류' 해결 차원에서는 코로나19 봉쇄로 멈춘 택배 업체 지점 운영 재개와 택배기사 복귀를 지원하라고 각 지방에 지시했다.
아울러 국무원은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관련 기업 지원을 위해 연말까지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택배 업체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인민은행 재대출 제도를 활용해 교통·운수·물류·창고 산업에 1천억 위안(약 19조원)의 저리 대출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수장인 리 총리가 구체적으로 물류 정상화를 위한 지시를 내린 것은 중앙정부의 물류 정상화 요구가 일선까지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여러 지방정부가 도시를 전면 봉쇄하는 등 '제로 코로나' 달성을 지상과제로 설정함에 따라 중국 전역에서 심각한 물류·공급망 마비 현상이 일어나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안기고 있다.
단 한 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와도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중국 내부에조차 '과잉 방역'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중앙정부는 '과학적 방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각 지방정부에 효과적 코로나 통제를 전제로 물류를 마비시키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8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 주재로 국무원이 '전국 물류 보장 및 산업공급망 안정 촉진 회의'를 열고 중점 산업 기업 666개의 조업 재개를 추진하는 한편 '전국 통일 통행증' 제도를 통해 물류 차량이 봉쇄 지역을 '프리 패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전에는 교통운수부가 나서 '전국 통일 통행증' 얘기를 꺼냈는데 일선 지방정부에서 거절당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류 허 부총리가 나선 것이다.
주무 부처 차원의 지시가 내려가도 각 지방정부가 제대로 따르지 않자 계속 더 지위가 높은 지도자들이 나서는 모양새다.
중앙정부가 물류·공급망 대란 해소를 위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상황이 일부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 달째 봉쇄 중인 상하이를 포함해 물류·공급망 마비 현상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상황 악화에 따른 문책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일선 관리들이 경제 안정보다는 당장 급한 방역에 온 힘을 쏟아붓는 구조가 그대로인 한 중앙의 요구에도 빠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왕이밍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은 최근 포럼에서 "현재 중요한 방역 통제 조치를 합리화하는 것으로서 제로 코로나 기조하에서 방역을 정밀화해 물류와 공급망의 원활한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며 "방역을 느슨하게 하자는 생각도 문제지만 일부 지방에서 과도한 방역을 하는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봉쇄 중인 상하이시의 경우만 봐도 현재 중국의 물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시 당국은 연일 물류·경제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조처를 내놓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택배 서비스가 붕괴한 탓에 현지 주민들은 한 달 넘게 알리바바, 징둥 등 전국 단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상하이 봉쇄 장기화로 중국 투자 환경에 관한 외국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자 중국 정부는 외국 투자 기업들 달래기에 나섰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하이가 발표한 1차 조업 재개 666개 기업 중 247개가 외국 자본 기업으로 폭스바겐, 테슬라 등 중점 외국 기업이 이미 점진적으로 조업을 재개했다"며 "외국 투자 전담 기관, 상하이시 당국과 협력해 기업들의 조업 재개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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