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탱크 두달간 580대 손실…"'깜짝상자' 결함 수십년 방치 탓"

입력 2022-04-28 15:47   수정 2022-04-29 14:07

러 탱크 두달간 580대 손실…"'깜짝상자' 결함 수십년 방치 탓"
탄 맞으면 포탑 튀어올라…약한 타격에도 탑재포탄 연쇄폭발
이미 걸프전 때 약점 목격…"설계결함, 파괴 때 탑승자 생존불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전차가 제구실을 못했다는 평가 속에 고질적 설계 결함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달 25일 영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약 9주간 러시아군이 약 580대의 전차를 손실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양국군의 손실 규모를 추적하는 군사정보 사이트 '오릭스'는 4월 28일 기준으로 러시아군 전차 최소 300대가 파괴됐고, 279대가 버려지거나 손상·노획됐다고 분석했다.
오릭스는 영상 증거가 확보된 사례만 집계에 포함하기에 실제 러시아군의 피해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가운데 소셜미디어(SNS)에선 우크라이나군이 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등에 피격된 러시아군 전차의 포탑이 마치 '깜짝상자' 마냥 2층 건물 높이로 튀어 오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탄약고와 승무원 탑승 공간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은 탓에 생기는 것으로, T-72와 T-80을 비롯한 러시아군 주력 전차 대다수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문제다.

러시아제 전차는 전통적으로 포탑이 작고 납작한 편이다. 평야가 많은 자국 지형에서 포탄을 맞을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런 까닭에 포에 탄약을 신속히 공급하기 위한 자동장전장치도 차체 안인 포탑 하부에 설치해 놓았다. 승무원들의 발밑에 방사형으로 적재된 포탄과 장약이 회전하며 차례로 장전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좁은 내부공간 때문에 방탄판으로 보호되는 별도의 탄약고를 마련하지 못하고 포탑 내부와 근처에 다량의 예비탄을 보관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타격에도 최대 40발의 포탄이 연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는 이미 1991년 걸프전쟁 당시부터 잘 알려졌던 사항이다.
당시 이라크군 주력이었던 러시아제 T-72 전차는 미군 M1 에이브럼스 전차에 일방적으로 학살되는 양상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T-72 전차의 포탑이 피격될 때마다 대폭발을 일으키며 높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관찰됐던 것이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속 전문가 샘 벤데트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러시아제 전차의 설계 결함"이라면서 "어떻게든 제대로 맞으면 빠르게 탄약에 불이 붙고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포탑이 말 그대로 터져나간다"고 말했다.

영국군 장교 출신 방위산업 애널리스트인 니컬러스 드러먼드는 포탑이 달린 러시아군 보병장갑차인 BMD-4 등도 비슷한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걸프전쟁에서 드러난 T-72의 문제를 보고 서방은 탄약고와 승무원 탑승 공간을 엄격히 분리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정작 러시아군은 당시의 전훈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러시아제 전차의 설계결함의 최대 문제는 피격 시 승무원들의 생명을 보장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드러먼드는 "(서방 전차는) 정확히 피격해도 전차가 손상될 뿐 반드시 승무원이 죽지는 않지만 러시아 전차는 피격 시 1초 이내에 탈출 못 하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차병의 손실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월러스 장관은 25일 의회에서 러시아군 누적 전사자 수를 1만5천명 안팎으로 추산했다. CNN은 러시아군 전사자에서 전차병이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하긴 힘들지만, 전차병 양성에 최대 12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망한 전차병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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