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마리우폴 최후 보루' 제철소 CEO "직원 수천명 행방불명"

입력 2022-04-29 12:13   수정 2022-04-29 20:19

[우크라 침공] '마리우폴 최후 보루' 제철소 CEO "직원 수천명 행방불명"
3대째 근무 직원 "파괴되는 도시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비통"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러시아가 점령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는 아직 우크라이나군이 남아 최후의 항전을 벌이고 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이들이 배수진을 친 마지막 저항 거점이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최대 철강사 메틴베스트홀딩의 최고경영자(CEO) 유리 리젠코우는 제철소 직원 최소 15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수천명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28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아는 것은 제철소 직원 1만1천명중 약 4천500명만 마리우폴에서 빠져나와 소재가 확인됐다는 것"이라며 괴로워했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현재 마리우폴에서는 약 10만명의 시민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도 우크라이나군 외에 민간인 수백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젠코우 CEO는 "마리우폴은 거의 두 달간 그야말로 포위된 상태"라며 "러시아군은 물과 식량을 공급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고 민간인들을 마리우폴 밖으로 대피시키는 것마저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사람들을 자신의 자동차에서 내리게 하거나 심지어 지뢰밭을 걸어가게도 한다"며 "그곳에서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마리우폴을 장악했다고 밝히며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제철소를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연간 조강(crude steel·미가공 강철) 생산량이 400만t에 달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제철소는 이제 세계의 이목이 쏠린 전쟁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리젠코우 CEO는 러시아가 끝까지 아우조스탈 제철소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제철소를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철소는 러시아의 마리우폴 점령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이라며 "그들은 마리우폴이 이토록 저항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피한 아조우스탈 제철소 직원들도 슬픔에 빠져 있었다.
3대째 이 제철소에서 일한다는 인사 담당자는 "도시가 파괴되는 것을 보는 것은 내 품에 안겨 죽어가는 동족을 바라보는 것에 비교할 수 있다"며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나는 평생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일하기를 바라며, 내 조직과 내 도시 마리우폴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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