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5G 가입자가 2천200만명을 넘어섰는데도 요금제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중간 요금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통신 3사는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
쓸 만한 요금제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는데도 통신업체들은 중간 요금제가 도입돼 이익이 줄어들까 걱정이 우선인 모습이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수위 발표 이후로도 요금제 개편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곳은 통신 3사 가운데 한 군데도 없다.
앞서 남기태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은 28일 브리핑에서 "과기정통부, 통신 3사 등과 협의해 5G 중간 요금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통신 3사가 제공하는 5G 요금제가 월 기본 12GB 이하 또는 100GB 이상으로 나뉘어 있고 '중간'이 텅 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017670]의 경우 최소 10GB를 제공하는 '슬림'(월 5만5천원) 또는 110GB를 제공하는 '5GX 레귤러'(월 6만9천원) 등의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KT[030200] 5G 요금제는 최소 10GB를 제공하는 '5G 슬림'(월 5만5천원) 다음으로는 110GB를 제공하는 '5G 심플'(월 6만9천원) 등으로 구성된다.
LG유플러스[032640]는 최소 6GB를 제공하는 '5G 슬림+'(월 4만7천원), 12GB를 제공하는 '5G 라이트+'(월 5만5천원) 등 저용량 데이터 상품 바로 다음 단계로 150GB를 제공하는 '5G 스탠다드'(월 7만5천원) 등의 요금제가 있다.
통신사들의 요금제 구성에 5G 이용자들이 가장 흔히 쓰는 평균적 데이터 사용량에 해당하는 요금제가 없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5G 스마트폰 가입자 1인당 평균 이용 트래픽은 약 25GB이고, 한국소비자연맹이 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의 5G 요금제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약 30GB 수준이다.
그런데도 통신 3사는 중간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실적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통신사들은 5G 상용화 이후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호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3사 합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기는 기록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중간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고가 요금제 가입자 다수가 이탈할 수 있다는 게 통신사들의 걱정이다.
통신사에선 요금제 개편이 회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도 경영상 이유로 바로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기는 힘들다"며 "요금제 개편이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5G 상용화 초기에 집중했던 투자를 벌써부터 줄여가는 추세다. 올해로 5G 상용화 4년차를 맞았지만 품질과 요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끊이지 않는 형편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저가 제품을 포함해 라인업 확대에 힘쓰는 반면 이통사들의 이런 영업 방식이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고 통신산업 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남기태 인수위원은 "우리는 세계 최초 CDMA, 5G 상용화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했다 자부하고 있으나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선택권 제한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jung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