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기능 소관부처 놓고 대립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정부 조직 개편 시 통상 기능을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가운데 어느 부처가 맡을지를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두 부처 장관 후보자들이 직접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국회 서면답변 자료를 통해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전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자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곧장 통상과 실물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반박 논리를 편 것이다.
박 후보자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외교부의 통상분야 교섭 기능 부재가 지속되면 우리 정부의 전반적 외교역량 자체도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통상기능을 외교부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교는 현재 통상 기능의 이관을 통해 종합적인 경제·통상 외교를 수행하는 경제안보·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 외교통상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였던 관련 조직의 명칭을 '경제안보·통상교섭본부'로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박 후보자는 특히 "통상교섭은 시장 개방과 보호의 균형적 접근이 핵심인바 국내 산업보호 및 육성이 주 임무인 부처가 이를 수행할 경우 구조적 한계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산업·통상 체제와 과거 외교통상부의 성과를 비교하면 산업부는 한중 FTA(낮은 자유화율), 대미 철강협상(쿼터 설정으로 수출 제약) 등 주요 통상 현안에서 충분한 국익 확보에 실패한 반면 외교부는 한미, 한·EU FTA 등 실질적 통상외교 실적을 입증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국익확보 실패' 언급이 논란이 되자 외교부는 해당 서면답변은 실무자가 작성해 실수로 전달한 초안으로, 박 후보자의 입장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타 부처 후보자의 견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직접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통상 기능의 산업부 존치 필요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현재의 통상환경 변화를 보면 산업, 기술, 에너지 등 실물과 통상이 밀접하게 연계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이어 "통상의 소관 부처를 두고 갑론을박하기보다 창의적인 역량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4선 의원이자 외교 경험이 풍부한 외교장관 후보자께서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상과 실물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산업부의 통상 기능 유지 당위성을 역설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고,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이어서 산업부가 통상 기능을 유지해야 시의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산업부의 논리다.
통상 업무는 정권 교체 때마다 산업부와 외교부에 번갈아 흡수되면서 치열한 '줄다리기'의 대상이 돼 왔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 기능이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넘어가면서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됐다. 미국의 USTR(무역대표부)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초대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한덕수 본부장이 맡았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다시 넘어갔고, 현 문재인 정부 초기에 외교부로의 재이관 계획이 거론됐으나 막판에 백지화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