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대통령 연설…최근 2년간은 팬데믹으로 행사 취소
우크라 전쟁 취재 기자에 찬사 보내며 숨진 종군기자 추모 영상 상영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강종훈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하는 언론에 찬사를 보내며 "허위정보와 싸우는 자유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만찬 내내 언론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까칠한 농담으로 '저격'했다.
1일 A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을 열었다.
대통령이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해 연설한 것은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후 6년 만이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1924년부터 매년 4월 말 이어진 연례행사지만 2020년과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았고 전임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불편한 관계로 임기 내내 참석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기자단 만찬에서 연설한 것은 6년만"이라며 "최근 2년간은 코로나19가 있었고 앞서도 끔찍한 역병이 돌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참을 언급하며 트럼프 정권이 미국인에겐 역병과 같았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낮은 지지율을 빗대 "미국에서 나보다 지지율이 낮은 유일한 집단(언론인)과 오늘 밤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다"는 '자학 개그'를 하기도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전쟁에 맞서기 위한 국가적 통합을 요청했다.
그는 "허위정보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우리 민주주의에 독이 되고 있다"며 "자유 언론의 역할이 지난 세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가 퍼트리는 가짜뉴스에 맞서는 서방 언론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 말은 언론과 껄끄러운 관계로 왜곡된 언론관을 가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와 관련, 그는 "자유 언론은 '대중의 적'(enemy of people)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과 마찰을 빚던 미국 언론에 대해 이 표현을 쓴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리얼리티 쇼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 발언은 과거 리얼리티쇼인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인기를 얻어 대통령까지 된 트럼프를 겨냥한 말로 해석했다.
또 그는 "내 전임자가 오늘 만찬에 왔다고 상상해보라. 이는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국회 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것을 빗댄 농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오늘 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오늘 우리는 미국이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여기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백신을 접종했고 부스터 샷도 맞았다. 폭스뉴스 기자들도 여기에 있다"고 백신 접종에 반대해온 트럼프 지지자들과 보수 성향 언론 폭스뉴스를 비꼬기도 했다.
이날 만찬에는 기자들과 언론사 간부, 정부 당국자 외에 방송 진행자 겸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 배우 겸 모델 킴 카다시안,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 등 연예인 등 2천600여 명이 참석했다.
기자단에 최초로 가입한 두 여성 흑인 기자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취재하다 목숨을 잃은 종군기자를 기리는 슬라이드쇼도 마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에 이어 발언하는 노아에게 푸틴 대통령의 언론 탄압을 겨냥해 "모스크바와는 달리 여기서는 대통령을 놀려도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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