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쿤드자다, 모스크서 '이드 알 피트르' 축하 연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1일 금식성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대중 연설에 나섰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는 아쿤드자다는 작년 10월 대중 연설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국제사회에 탈레반 정권 인정과 투자를 촉구하는 등 17대 핵심 메시지를 내놓았다.
톨로뉴스와 아리아나뉴스 등 아프간 언론은 이날 아쿤드자다가 남부 칸다하르의 모스크에서 수천 명의 신자가 집결한 가운데 이드 알 피트르 축하 연설을 했다며 음성 파일을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했다.
1961년생으로 추정되는 아쿤드자다는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고 있지만, 공식 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사망설까지 돌았다.
그는 작년 10월 30일 처음으로 탈레반 세력 본거지인 칸다하르의 이슬람 학교에서 대중 연설을 했다.
이날 두 번째 공개 연설에서 아쿤드자다는 "승리와 자유, 성공을 축하한다. 안보와 이슬람 체제 구축을 축하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쿤드자다는 전 세계에 탈레반 정부 인정을 요청하는 한편 도하 평화협정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나라에 어떤 위협도 주지 않을 것이고, 상호 존중하길 원한다"며 "국내외 투자자들이 아프간에 투자하도록 초청한다. 무역, 금융, 기업, 건설 활동 등에 모든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쿤드자다는 총사면령을 어기는 이가 있으면 엄벌을 받을 것이라며 해외로 탈출한 아프간인들의 귀국을 촉구했다.
주변국에는 아프간 난민을 적절히 대우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아프간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라고 요구했다.
아쿤드자다는 특히 탈레반 정부가 이슬람 가치에 기반해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권리 보호에 헌신하고 있다며 정부 군경에게 국민을 존중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국가 발전의 열쇠가 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지역에 일반 학교와 이슬람 학교를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간 국민에게 양귀비 재배와 마약 사용을 금지한 법령을 존중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쿤드자다가 이처럼 '올바른 메시지'만 내놓은 것은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 국제사회 원조를 받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탈레반이 임명한 아프간 정부는 이슬람 질서를 구축한다며 속속 과거 정책을 되살리고 있고, 배후에는 아쿤드자다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탈레반 재집권 후 여성 공무원부터 사기업 직원들까지 여성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었고, 여학생과 남학생은 분리 수업을 받게 됐다.
탈레반 정부의 권선징악부는 지난 2월 남성 공무원은 턱수염을 길러야 하고, 여성 공무원은 히잡 착용이 의무라고 발표했다.
또, 우상 숭배라며 옷가게 마네킹의 머리 부위를 떼어 내라고 지시하고, 여성은 '마흐람'(남성 보호자) 없이 72㎞ 이상 장거리 여행을 금지했으며 놀이동산도 남녀가 요일을 나눠 함께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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