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복지시설, 실수로 살아있는 노인 시신 가방에 넣어(종합2보)

입력 2022-05-02 23:34  

상하이 복지시설, 실수로 살아있는 노인 시신 가방에 넣어(종합2보)
한 달 넘긴 코로나 봉쇄에 주민 피로감 고조 속 황당 사건 발생
시민논객 현지실상 폭로 글 반향…"100년간 쌓아온 신뢰 무너졌다"


(선양 베이징=연합뉴스) 박종국 조준형 특파원 = 한 달 이상 도시봉쇄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 상하이에서 한 복지시설의 실수로 살아있는 노인을 운구용 가방에 넣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최근 상하이의 한 복지관은 사망한 것으로 오인한 노인을 장례식장으로 옮기기 위해 운구용 가방에 넣고 차량으로 이송하려다 노인이 살아있음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베이징일보가 2일 보도했다. 해당 노인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1일 온라인상에 이 같은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야기하자 상하이 당국이 나섰다.
상하이시 푸퉈구 민정국 국장은 당 기율 위반 혐의로 입건됐고, 일부 민정국 실무 관계자들은 면직 처분됐다고 중국 중앙TV(CCTV)가 보도했다.
또 노인이 사망한 것으로 잘못 판정하는 데 관여한 담당 의사는 의사면허가 취소됐고, 해당 복지시설은 행정 처분을 받게 됐다.
이와 함께 도시 봉쇄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중국 상하이에서 이웃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는 시민 논객의 글이 온라인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상하이의 시민 논객 뉴피밍밍(牛皮明明)은 지난 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봉쇄 초기 상하이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이웃에 폐를 끼쳤다'며 사과하고 주민들은 '치료 잘 받으라'고 격려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적었다.
이어 "한 달이 지나자 서로 원망하고 사소한 일에도 욕설이 오간다"며 "전문가들과 언론에 대한 믿음은 의구심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닷새만 봉쇄한다는 당국의 말만 믿고 소량의 먹거리만 준비했던 주민들이 뉴스 대신 꽉 채워진 냉장고만 믿게 됐다는 것이다.
인간사회의 신뢰는 이웃 등에 대한 '인격적 신뢰'와 정부와 단체 언론 등에 대한 '시스템적 신뢰'로 나뉘는데 상하이는 지금 이 두 개의 신뢰가 모두 무너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한 사람의 감염자만 나와도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심리적 공황에 빠지고, 이웃을 해로운 존재로 여기게 됐다"며 "100년간 쌓아온 상하이의 신뢰와 안정감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모든 사람이 의심의 사슬에 갇혔다"며 "역사가 증명하는 것은 무너진 신뢰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이며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건 무너진 신뢰와 팽배한 불신"이라고 꼬집었다.
그의 글은 1일 한 때 웨이보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실상을 침소봉대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경제 수도라고 자부하던 상하이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표현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뉴피밍밍의 지적대로 상하이에서는 불신을 초래하는 사례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바오산구의 한 주민위원회가 외지에서 지원한 생필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화물차에 실어 외부로 빼돌리려다 주민들에게 적발됐다.
현지 당국은 인력 부족 등으로 제때 나눠주지 못한 채소 등이 부패했기 때문이라며 공개 사과하고 관련자 3명을 면직 처분했다.
중국 인권 변호사들이 결성한 '민간 법률 고문단'은 최근 "상하이 봉쇄 이후 주민 권익 침해의 많은 사례를 확인했으며 피해자들의 권익 보호를 돕겠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고문단은 "인권 침해는 대부분 행정기관의 권력 남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해당 기관들은 과오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고문단은 우한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년 결성돼 당시 코로나19 피해자와 가족들의 법적 대응을 지원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상하이시는 사흘째 격리시설 밖에서는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유지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내려진 봉쇄령이 한 달 넘도록 풀리지 않고,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는 상하이 주민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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