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법원, 일관되게 문제없다고 판단"
'직무유기' 질타에 "7만명 넘는 소액주주 혜택보고 주가도 올라" 반박
"부실 내버려 두는 게 맞나…시장 살렸는데 무슨 책임을 지나"
(세종=연합뉴스) 최덕재 곽민서 김서영 김다혜 박원희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 되파는 과정에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재정경제부(기재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결정을 하겠느냐'고 묻자 "전 그렇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당시로 돌아가도 그 시장 상황에 있었으면 저는 아마 그렇게 결정할 것"이라며 "불법성이나 다른 사사로움 개진되지 않고 나름대로 공적인 판단을 한다면 실무진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을 지냈다. 론스타가 2012년 거액의 차익을 남기고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을 때는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시민단체 등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인수가 금지돼 있는데, 금융당국이 예외 승인을 통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넘겼다고 비판하고 있다.
추 후보자는 "2003년 외환은행이 어려움이 있어 해외자본을 유치했고 2005년 말부터 2006년에 국회와 일부 시민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해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이뤄졌다"며 "그 이후 법원은 1심, 2심, 3심에서 일관되게 문제가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추 후보자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국가기관으로서 큰 손실을 끼친 데 대해 송구한 마음은 없느냐"며 "추 후보자는 제대로 비금융주력자인지 판단하지 않아 최소한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양심이 있다면 문제의식을 가져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추 후보자도 "당시 외환은행 주가가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3천원대였는데 이후 증자 유치를 통해 부실 금융회사에 준하는 상태에서 우량 은행으로 탈바꿈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추 후보자는 "7만명이 넘는 소액 주주가 다 혜택을 받았고 주가도 많이 올랐는데 무슨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느냐"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정책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박성준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도 "2002∼2003년은 북한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TP)에서 탈퇴하고 SK글로벌 사태가 생기고 카드사가 전부 부실로 망하던 시절"이라며 "외환은행은 은행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꼴찌였다. 외환은행이 그냥 부실로 내버려 두는 게 맞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시장을 살리고 안정시켰는데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제가 탈법적인 사익을 추구했나. (그것도 아니고) 저는 법 원칙에 따라 오로지 시장 안정이란 목적하에 당시 일을 했다"고 강조했다.
추 후보자는 법원 판단과 별개로 스스로도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느냐는 김수흥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네"라며 "업무를 추진하는 데 국익을 위해, 시장 안정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감사원은 추 후보자에게 주의 처분을 줬다는 지적에도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검증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 의원은 추 후보자가 은행제도과장 재직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10% 넘게 보유하는 문제와 관련해 '감독당국의 조치 후 예외 승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추 후보자는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경우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자도 예외적으로 은행 주식을 10% 초과해 소유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데, 당시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비금융주력자 문제가 아니었고, 비금융주력자 여부는 금감원이 확인하고 그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인가·승인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국무조정실장으로서 론스타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할 때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로서 은행 인수 무자격자라는 논점을 포기해 불리한 소송을 자초했다는 비판에는 "국익과 관련된 것이라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의사결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일부러 회피했다"고 말했다.
momen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