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상황 전해…"지하터널 내 부상자 최대 600명…일부는 상처 괴사"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최후의 항전을 벌이고 있는 남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에서 대피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제철소 지하의 참혹한 상황을 증언했다고 로이터통신·일간 가디언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주도로 개설된 민간인 대피로를 통해 수주 만에 제철소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우크라이나 주민 나탈리아 우스마노바는 "러시아군이 폭격할 때마다 벙커가 무너질까 봐 끔찍하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군 통제 지역인 '베지멘네'의 임시 캠프에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폭격 때마다 콘크리트 먼지를 뒤집어써야 했다면서 "(폭격에) 벙커가 흔들려 신경이 곤두섰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하터널의 대피소에 산소마저 부족한 상황이고 주민들은 모두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그 공포는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말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터널을 빠져나온 우스마노바는 곧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중남부 도시 자포리자로 이동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가 은신했던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쑥대밭이 된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 최후의 근거지다.
미로처럼 얽힌 지하 터널에는 현재 우크라이나 군 병력 약 2천명뿐 아니라 민간인 약 1천명도 은신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하에서 버티는 군 장병 등이 공개한 동영상 메시지 등을 보면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더타임스는 식수와 식량이 부족해 배급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터널 내 부상자는 최대 6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일부는 상처에서 괴사가 진행 중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다행히도 이달 1일부터 인도적 목적의 대피로가 열려 민간인 수백 명은 몇 달 만에 햇빛을 볼 수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100여 명으로 구성된 첫 번째 그룹이 이미 통제 구역으로 향하고 있으며, 내일(2일) 자포리자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아조우스탈 방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 조직 '아조우 연대'의 스비아토슬라우 팔라마르 부사령관은 텔레그램에 공개한 동영상 메시지에서 "양측이 실제로 사격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양측은 과거에도 인도적 대피로 설치에 합의한 적 있으나, 대피 차량을 향한 포격 등으로 대피가 여러 차례 중단된 바 있다.
팔라마르 부사령관은 "부상자들, 긴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지하에) 있다"며 "민간인뿐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부상 장병도 대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아조우스탈 지하에 은신 중인 민간인 중 상당수가 우크라이나군 장병의 가족이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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