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印太서 군비증강 촉발할수도…韓, 美 핵우산에 우려"

입력 2022-05-03 05:43   수정 2022-05-03 12:13

"우크라戰, 印太서 군비증강 촉발할수도…韓, 美 핵우산에 우려"
포린폴리시 기고문…"印太 지역, 군사적 충돌 불안정성 증대돼"
"日, 10년 전부터 방위비 증액 주장…대만, 對中 군사위기감 고조"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대만 등이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 불안정성이 증대돼 역내에서 방위력 증강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윌리엄 충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도태평양이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이라는 관념을 뒤엎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인도태평양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라고 여겨온 유럽에서 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일종의 평화·안보 증진 기구조차 없어 훨씬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충 연구원은 진단했다.
더욱이 이 지역에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일본, 러시아, 남북한 등 전세계 군사대국 가운데 7개 나라가 모여 있고 남중국해, 대만, 한반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화약고인 분쟁지역도 있다.
이어 충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냉전 이후 사라졌던, 군사적 수단을 국가 운영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의 부활이 감지되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많은 아시아 국가가 방위력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의 경우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방침에 동조해왔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의 방침이 동맹 보호로 방점이 옮겨간 만큼 방위력 증강을 요청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충 연구원은 내다봤다.
충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는 미국의 핵우산에 여전히 의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동맹 강화와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선제타격 능력 확보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면서, 윤 당선인이 고고도 대공방어 체계(THAAD) 추가 배치 및 한미연합 야전 훈련 재개 등을 요청하는 등 사례에 주목했다.
그는 또 한국 내부에서 핵 개발 및 재배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며,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1%가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당선인 역시 앞서 지난해 대선 당시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그러나 지난달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는 선제타격 등 대북 억지력 강화를 희망한다면서도, 미국과 핵무기를 공유하거나 이를 배치하는 것은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충 연구원은 또 "일본의 경우 10년 전부터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위비 증액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우 독일과 유사하게 미국과 핵 공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에서는 중국의 직접적 위협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된 상황이다.
충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휴대용 대전차·대공 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을 보며, 대만에서도 동일한 전략 차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만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한 18건 가운데 16건을 첨단 전투기나 함정보다 비대칭적 전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의 경우 동북아보다 상대적으로 군비 증강 필요성 요구가 높지 않지만, 해당 지역에서조차 갈등 상황에 대비해 외부의 도움에 기대기보다 자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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