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어린이 등 민간인 1천명 잔류 추정…러시아 폭격 재개에 대피 차질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마지막 저항 거점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를 탈출한 민간인들이 전한 지하 벙커의 참혹한 모습을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인 나탈리아 우스마노바 씨는 "암흑의 두 달이었다"며 "포격은 너무 강해서 마치 우리 옆에서 때리는 것 같았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방공호 출구 쪽과 일부 계단 위쪽에서는 산소가 부족해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대피해) 남편에게 횃불을 들고 화장실을 찾을 필요가 없다, 더는 화장실 대신 가방이나 깡통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공개된 탈출 당시 영상을 보면 여성들과 아이들이 우크라이나군의 호위를 받으며 사다리에 올랐다.
수백 명의 주민이 산업단지 곳곳에 흩어진 지하 요새를 떠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1차 탈출 이후 러시아군이 다시 포격을 시작하면서 대피는 차질을 빚었다.
아조우스탈을 지키는 아조우연대의 데니스 슐레가 사령관은 "수십 명의 어린이가 아직도 지하 벙커에 있다"며 "그런데도 첫 번째 그룹이 탈출한 직후 모든 종류의 폭격이 재개됐다"고 말했다.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주민들의 대피가 더뎌지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게다가 탈출한 주민 일부는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마을로 이동됐다.
러시아군은 주민 일부가 자발적으로 분리주의자 지역에 머물기로 했고, 수십 명은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지역에 남았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을 강제로 러시아나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으로 데려갔다고 비난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오를로프 부시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제기구 간에 추가 대피를 위한 고위급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의 대피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마리우폴의 극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에서 인명피해를 줄이는 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DPA 통신에 따르면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우크라이나TV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56명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대피했다고 말했다. 도네츠크 분리주의자들은 200명 이상이 도시를 탈출해 친러시아 통제 지역 베지멘네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벙커에 남아있는 이들의 숫자는 분명하지 않다.
전쟁 전 인구 40만명의 마리우폴에는 아직도 약 10만명의 주민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중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1천명이 제철소 벙커에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2천500명의 우크라이나 군인 및 외국 용병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저항 중이라고 밝혔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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