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분해 억제해 자동차 33만대분 탄소 저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해초는 '바다의 오아시스'로도 불리는데, 해초 뿌리를 통해 주변의 근권(根圈)에 축적된 당이 최대 134만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캔 콜라 320억개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이전에 추정되던 것보다 80배 이상 높은 것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해양미생물학연구소에 따르면 매기 소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중해와 카리브해, 발트해 등의 해초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Posidonia oceanica) 뿌리 주변에서 토양 입자 사이의 공극수(空隙水) 시료를 채취해 화학적으로 분석, 연구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뿌리 주변에 아노머 탄소로 연결된 포도당과 과당으로 된 이당류인 '슈크로스'(sucrose)가 예상외로 높게 집적된 것을 확인했다. 이 당은 해초가 광합성을 통해 합성한 것으로, 대사와 생장에 이용하고 남은 양을 뿌리를 통해 분비한 것이다.
식물이 분비한 당은 대개 미생물이 분해하지만, 바다에서는 산소가 희박한데다 해초가 항균제 역할을 하는 페놀을 분비해 미생물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슈크로스 형태의 당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대거 축적된 것으로 분석됐다.
근권 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80%가 슈크로스를 분해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있었지만 이 중 64%만 유전자가 발현된 점이 이를 입증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토양 30㎝ 깊이까지 고려할 때 세계적으로 67만∼134만t의 슈크로스가 축적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해초 목초지가 육지의 같은 면적 숲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이산화탄소(CO₂)를 저장하고 35배나 빨리 성장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해초 목초지가 사라지면 뿌리 주변에 축적된 엄청난 양의 당도 함께 사라지면서 탄소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해양미생물학연구소 대사상호작용 연구그룹장 마누엘 리베케 박사는 "우리 계산으로는 해초 근권의 슈크로스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 적어도 154만t의 CO₂가 대기로 흘러들 것"이라면서, 이는 자동차 33만대가 1년간 내뿜는 양에 맞먹는 것이라고 했다.
해초는 현재 모든 바다에서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미 3분의 1가량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해역에서는 연간 최대 7% 가까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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