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5% 위협하고 기대인플레 3%대…커지는 기준금리 인상 압박

입력 2022-05-03 11:26   수정 2022-05-03 13:15

물가 5% 위협하고 기대인플레 3%대…커지는 기준금리 인상 압박
이창용 총재 "성장보다 물가가 더 걱정"…26일 금통위서 인상 가능성
성장률 전망 낮추면서 기준금리 올릴지 주목
연준 '빅스텝' 여부도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소비자물가가 치솟아 상승률이 5%에 바싹 다가서면서, 이달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물가를 잡기 위해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지 주목된다.
미래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를 넘어선 만큼, "지금은 성장보다 물가가 더 걱정"이라고 강조한 이창용 한은 총재와 금통위가 다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0.7%에 그친 1분기 경제 성장률에서 수출만 바라보는 불안한 성장 구조가 확인된 만큼, 자칫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하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금통위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 소비자물가 13년만, 기대인플레 9년만에 최고
3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8% 뛰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동안 3%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4.1%) 4%대를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거의 5%에 이르렀다.
더구나 물가 급등세가 짧은 기간에 쉽게 잡히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이날 오전 물가 점검 회의에서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 압력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의 물가 급등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매우 강하다는 사실이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데, 이 수준이 높아질수록 경제주체들은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진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도 "휘발유, 식료품, 외식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만큼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성장률 낮추면서 기준금리 올리는' 이례적 결정 가능성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이런 물가 상황에서는 금통위도 지난달에 이어 오는 26일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는 신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위원장으로서 처음 주재하는 회의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달 25일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 따라서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계속될 텐데,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어느 정도 경제 성장 둔화를 감수해야 한다.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은 0.7%에 그쳤다. 2020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작년 4분기(1.2%)보다 0.5%포인트(p) 떨어졌다.
오미크론 확산과 글로벌 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민간소비(-0.5%)와 설비투자(-4.0%), 건설투자(-2.4%) 등이 모두 뒷걸음친 가운데 유일하게 수출(4.1%)만 늘면서 힘겹게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분기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사태, 중국 성장률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까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한은이 오는 26일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3.0%에서 2%대로 낮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연 금통위가 경제성장률 전망 눈높이를 낮추는 동시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다소 '모순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미국 빅 스텝 나서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임박
물가나 성장 외 이번 금통위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다.
오는 3∼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이른바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결정되면 금통위 안에서도 매파(통화긴축 선호)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확률은 낮지만 0.75%포인트나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이 현실로 나타나면,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1.50%)와 미국 연준 기준금리(0.25∼0.50%)의 격차는 1.00∼1.25%포인트다.
하지만 연준이 이달 이후 몇 차례만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높여도 수개월 사이 미국이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총재도 "이달 FOMC 회의도 금통위 결정의 큰 변수"라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이상 올릴 수 있는데, 이후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 움직임 등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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