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올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강화하는 인사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중국 IT 허브인 광둥성 선전시 당서기로 임명된 멍판리(56)는 산둥성 출신으로, 직전까지 희토류 생산 기지인 네이멍구 바오터우의 당서기를 지냈다.
광둥성 지도부에 이처럼 외부 인사가 임명된 것은 최근 들어 세번째다.
지난해 12월 신장 위구르자치구 당서기로 승진한 마싱루이는 광둥성의 첫번째 외지 출신 성장이었다. 이후 성장 대리를 맡은 왕웨이중도 광둥성 출신이 아니다.
이러한 광둥성 지도부의 개편은 중국 정부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통제를 강화하면서 현지 토착 정치 엘리트들이 소외된 대표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전했다.
광둥성에서는 대대로 중국 건국 원로인 예젠잉 전 공산당 부주석과 그의 두 아들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나 그런 시대가 이제 저물었다는 설명이다.
빅터 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외지 출신 인사들은 부유한 광둥성에서 토착 권력 구조를 깰 수 있고 현지에 중앙 정부의 입김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은 광둥성 성도인 광저우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2014년까지 30년간 광저우의 모든 당서기는 현지 출신이거나 현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허베이성 출신인 런쉐펑 톈진시 부시장이 2014년 8월 광저우 당서기로 임명된 이후부터 그의 후임은 모두 외부 낙하산 인사였다.
장둥 홍콩이공대 부교수는 "중앙 정부가 충성파들을 광둥과 선전의 주요 보직에 임명하는 것은 현지에서 미래 승진을 위한 정치적 자산을 축적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라나 미터 옥스퍼드대 교수는 과거에는 광둥어 구사 여부, 현지 네트워크가 광둥성 관리 임명의 주요 요건이었으나 그러한 흐름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중국 전역에서 이념적 일치와 동질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가 강조되면서 광둥어나 몽골어 같은 현지 언어의 중요성은 낮아졌고 그러한 동질성은 정치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 정부는 별 마찰 없이 지역을 옮겨 다닐 수 있고, 중국이 과거보다 훨씬 동질화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유능한 지도자를 원한다고 부연했다.
리타오 마카오대 교수는 "정치적 지역주의는 중국 전역에 걸쳐 쇠퇴할 것"이라며 "한때 외지인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광둥성은 다른 지방보다 중앙집권화의 영향을 더 강하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위 관리들의 순환 인사가 빈번해지면서 재임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며 이는 지역주의, 지역적 경험보다 정치적 중앙집권화가 더 강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시의 당서기 임기는 1985년 평균 4.5년에서 지난해 1.6년으로 줄었고, 성장이나 시장의 임기는 같은 기간 2.5년에서 0.8년으로 줄었다.
그는 시 주석이 반부패 캠페인에 박차를 가한 2013∼2016년에 특히 고위 관리들의 임기가 가장 짧았고 2017년 당대회 이후 중국의 주요 지방정부 지도부는 시 주석 충성파들로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산당이 감독하는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새 원장으로 시 주석의 최측근인 스타이펑(65) 전 네이멍구 당서기가 임명됐다고 관영 통신 신화사가 전했다.
시 주석이 2007∼2012년 공산당 중앙당교를 이끌 때 그의 밑에서 일한 스타이펑은 지난해 네이멍구 석탄업계를 겨냥해 20년 전 일까지 파헤치는 대대적 반부패 운동을 펼쳐 60명이 넘는 현지 관리들을 낙마시켰고, 학교에서 몽골어 대신 푸퉁화로 수업하도록 지시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알프레드 우 부교수는 "스타이펑은 사회과학원장에 임명됨으로써 공산당 최고 지도부를 향해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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