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터무니없어" SNS서 비판 봇물…주최측, 게시물 내리고 "논의할 것"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열리는 한 국제학회를 앞두고 주최측이 여성들에게 바지를 입지 말 것을 종용하는 등 '시대착오적' 복장 규정을 언급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타이PBS 방송에 따르면 오는 6월 방콕에서 열릴 예정된 물리학 관련 국제학회 조직위가 웹사이트에 내걸었던 복장 규정이 최근 SNS에서 공유되면서 논란과 비판이 일었다.
이번 행사는 내달 12일부터 엿새간 방콕에서 열리며, 각국에서 1천명 가량의 학자들과 관련 업체 70여곳이 참석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애초 조직위 웹사이트에 게재됐던 이 안내문에는 개막식 행사 당일 남성, 여성 참석자들이 옷을 입을 때 피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참석자가 SNS에 올린 안내문에는 참석자들의 복장은 깔끔하고 주름이 없어야 하며, 찢어지거나 더럽거나 너덜너덜해진 복장은 입장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남성의 경우, 양복부터 셔츠, 바지, 넥타이 그리고 양말까지 권고되는 무늬와 색깔 등을 언급했다.
셔츠는 다림질이 돼 있어야 하고, 옷깃도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여성 참석자에 대해서는 재킷과 치마 착용을 권고했다.
입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명시적으로 없지만, 바지 차림의 정장을 입은 여성의 모습 아래에는 X 표시가 돼 있어 사실상 바지 착용 금지로 해석됐다.
셔츠나 블라우스는 흰색을 권고하면서 목이 깊게 파여서는 안된다고 적었다.
치마의 경우, 무릎 아래도 조금 내려와야 하며 앉았을 때 허벅지를 완전히 가릴 수 있는 길이라야 한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남녀 참석자 공히 문신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고 했고, 남성은 피어싱이 금지됐고, 여성은 화장도 짙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로 보이는 한 인사는 SNS에 "이 복장 규정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여성 바지 착용 금지, 무늬 있는 셔츠 착용 금지, 다려진 옷 착용 등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창의적인 학자들이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학회에 간다. 사람들이 비키니나 딱 달라붙는 수영복을 입고 가지 않는 한, 얼굴에 나치 문신이 그려지지 않는 한 나는 그들이 어떻게 보이건 간에 나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인사는 듣자 하니 주최 측이 이런 복장 규정을 마련한 것은 개회식에 태국 왕실 인사가 참석하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그러나 정말 이럴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SNS에 대한 답글 중 일부는 태국의 문화 규범을 존중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여성에게 바지를 입지 못 하게 하는 건 남녀 차별이라는 의견과, 여성이 남성에 비해 복장 규정 분량이 두 배나 되는 것을 꼬집는 댓글도 있었다.
논란이 되자 주최 측은 "제기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도 이런 문제가 제기되기 전에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면서 "이는 아직 최종안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고 방송은 전했다.
논란이 된 이 복장 규정은 현재는 해당 웹사이트에서 내려진 상태다.
조직위는 지난 1일에는 안내문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하고, 복장 규정은 이런 행사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부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수정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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