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민생 침해·시장질서 교란 탈세자 89명 세무조사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코로나 시국에 배달료를 올려 받고 늘어난 소득을 빼돌린 배달대행업체가 적발됐다.
수백억원의 급여를 받아 가며 회삿돈으로 슈퍼카를 굴린 마스크 회사 사주 일가와 주식투자 회원방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입비를 받아 챙기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업체도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이처럼 소득을 탈루하거나 가격을 담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폭리를 취한 탈세자 89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 코로나 호황에 소득 빼돌린 마스크 회사…로열티 75% 인상한 프랜차이즈
배달대행업을 하는 A업체는 코로나 사태로 배달 수요가 늘어나자 배달료를 올리면서 소득은 누락한 사실이 적발됐다.
A 업체는 음식점에서 배달료를 현금 결제하는 경우 세금계산서를 미발급해 매출을 누락하고,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에는 지급 대행사를 통하는 수법으로 소득을 빼돌렸다.
마스크를 제조하는 B업체 역시 코로나 확산으로 매출이 100배 가까이 증가하자 유령 법인에서 거짓 세금 계산서를 받아 소득을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사주 부부는 회사 업무에 특별한 기여를 하지 않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으면서 법인 명의 슈퍼카와 호화 리조트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C 프랜차이즈는 최근 간접광고(PPL) 협찬으로 가맹 희망업체가 늘자 로열티를 75% 인상하고, 동의하지 않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갑질'을 일삼았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인테리어 업체에 독점 계약을 알선해주고 수억원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매출을 거짓으로 신고해 세금을 빼돌렸으며, 사주는 6억원이 넘는 슈퍼카 6대를 법인 명의로 사용하기도 했다.
◇ 건설자잿값 '짬짜미'…성형수술은 치료 수술로 둔갑
건설자재 업체 D의 경우 대규모 건설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면서 동종업체 관계자들과 납품 가격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책정하자고 공모한 사실이 적발됐다.
D 업체의 사주는 자녀에게 재산을 편법 증여하기 위해 자녀 명의 회사를 거래에 끼워 넣었고, 수십억원의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유출했다.
E 성형외과는 쌍꺼풀 수술, 지방 흡입술 등 수백만원 상당의 미용수술을 치료 목적 수술로 둔갑시켜 환자들이 불법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 사기에 가담했다.
이 과정에서 E 성형외과는 200억원 규모의 수술 수입을 올리고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수술 브로커 조직에 불법 알선 대가를 광고비로 위장해 지급하며 소득을 탈루했다.
병원장 가족들이 해외여행을 하거나 명품을 사들이며 사용한 경비 10억여원은 사업 경비로 처리하기도 했다.
◇ 주식투자방에서 가입비 6천만원 받아 챙겨
유사 투자자문업체 F는 유료 회원방에서 주식 매매 시점 정보를 제시하며 연간 최고 6천만원의 가입비를 받아 챙겼다.
F 업체는 주식시장 호황으로 매출이 급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실제 지출의 530%에 달하는 거짓 세금계산서를 꾸며내고 허위 경비를 계상하는 수법으로 법인 소득을 빼돌렸다.
F 업체 사주는 법인 명의로 슈퍼카 20여대를 사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온라인 스포츠 도박업체 G는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며 받은 환전 수수료 수입 금액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고, 사주가 유흥주점이나 골프장을 이용할 때 드는 경비도 법인카드로 처리했다.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 가격 담합이나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한 탈세자는 47명, 서민을 상대로 불법 행위를 자행한 탈세자는 42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국세청 김동일 조사국장은 "물가가 급등하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민생을 침해하는 탈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고의적 세금 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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