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수뇌부, 내주 도쿄 방문…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인도 총리 회담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중국이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자 유럽이 일본과 인도 등 아시아 내 다른 국가들 가운데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다.
3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보도에 따르면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다음 주 도쿄를 찾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연다.
EU의 국회의장 격인 미셸 의장과 행정 수반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함께 동아시아 국가를 찾은 것은 이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부임한 이후로 처음이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도 지난주 첫 아시아 방문국으로 중국이 아닌 일본을 찾았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들과 유대를 쌓던 전임자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는 차별된 행보다.
올해 6월 체코가 차기 의장국이 되는 EU 정상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응하느라 여념이 없을 시기임에도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잇단 외교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20년간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유럽 내 많은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큰 수익원으로 여기면서 유럽은 중국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는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숄츠 총리가 취임 후 첫 아시아 방문국으로 일본을 택한 것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인정한 점에서 보듯, 독일은 '시장 다각화'를 내세우며 경제적으로도 중국 시장에 무게를 두는 데서 탈피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유럽 국가들의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한국, 싱가포르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대러 제재에 동참한 몇 안 되는 아시아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은 안보 협력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EU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트마르 슈바이스구트 전 일본·중국 주재 EU 대사는 "유럽이 일본에 미국과의 동맹을 대신할 수 없어도 (안보 협력 분야에서) 추가적인 보증인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대서양 무대가 아시아·태평양 무대와 큰 관련이 없다고 간주하던 과거와는 지금 거리가 멀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무한한 공조'를 하는 점은 일본과 유럽 간의 긴밀한 관계 구축이 사치품 같은 게 아니라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유럽은 아시아권의 또 다른 협력 파트너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얀카 외르텔 EU 정상회의 외교위원회 아시아 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면서 유럽은 인도·태평양에 접근하는 데 계속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세계 질서의 미래는 우크라이나에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서방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연합(UN)의 규탄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하기도 했고, 러시아 무기를 대량 수입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미국은 인도를 인도·태평양 외교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삼고 있고, 미국이 호주, 일본과 함께 구성한 비공식 안보회의체인 쿼드(Quad)의 일원이기도 할 정도로 전략적 제휴 가치가 큰 나라로 받아들여진다.
폰데라이옌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인도 뉴델리를 찾아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라고 호평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제휴 관계를 비판한 것 역시 인도가 러시아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는 EU의 외교 전략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폴리티코는 EU와 인도가 풀어내야 할 쟁점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의 부재를 꼽았다. 협정 타결을 위한 EU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업과 노동권 등 주요 통상 쟁점을 두고 7년간 FTA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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