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가 공개 결정"…이란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 해제 차단 고육지책 관측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이스라엘 정부가 이란이 유럽에서 계획한 3건의 암살 시도를 찾아내 저지한 사실을 공개했다고 독일 통신사 dpa와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례적으로 이 같은 해외 첩보작전 내용을 굳이 공개한 것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테러 조직 지정 해제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내고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이 수개월 전 이란 현지에서 혁명수비대 소속 스파이를 잡아 조사한 결과 이런 암살 계획을 파악하고 저지했다고 밝혔다.
모사드가 언론에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혁명수비대 840부대 소속 해외 공작원인 만수르 라술리는 유럽에서 3건의 암살을 준비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암살 대상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이스라엘 영사관 소속 외교관과 독일에 있는 미국인 장교, 프랑스 언론인이다. 그들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암살은 2020년 테러로 사망한 이란의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의 복수를 위해 계획됐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파크리자데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국방부의 연구·혁신 기구 수장이자 핵 과학자로, 2020년 11월 테헤란 인근 고속도로를 지나다 의문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그는 당시 도로에 정차한 차량에 실린 원격 조종 기관총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은 사건 직후 이스라엘 정부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스라엘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모사드 요원은 라술리의 이란 현지 자택에서 그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공개된 음성 녹음에서 모사드 요원에게 암살 공작을 포기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라술리는 현재 유럽 모처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이것은 이란에 주는 메시지"라며 "그들은 암살을 저지르고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사드가 해외 비밀작전 내용을 이처럼 자세하게 공개한 데 대해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보통 이와 같은 비밀 작전은 보안 문제 때문에 수년 뒤에 뒤늦게 공개한다.
더타임스는 공개 결정을 내린 것은 다름 아닌 베네트 총리라고 이스라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이란 핵 협상에서 혁명수비대의 외국 테러 조직(FTO) 지정 철회를 두고 미국과 이란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혁명수비대가 미국 장교를 암살하려 했다는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이란의 요구를 따르지 않도록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모사드는 이번 정보 공개 결정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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