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수도도 없다' 중국 미완공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

입력 2022-05-03 16:30  

'전기도 수도도 없다' 중국 미완공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오후 9시 리주어(67) 씨는 불편한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겹게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그는 아파트 1층 마당에 있는 공동화장실을 이용한 후 13층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걸어 올라가야 했다. 계단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손전등으로 계단을 비추며 한 걸음씩 떼었다.
그가 사는 산시성 시안에 있는 이 아파트는 '란웨이러우'다. 건설이 중단된 건물을 뜻하는 말이다.
2013년 1천200 채가 분양됐지만 2016년 건설이 중단됐고 결국 2018년 건설사는 파산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 단지 13개 동에는 현재 300가구 이상이 입주해 있다.
전기도, 수도도,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지만 집주인들은 갈 곳이 없거나 입주하지 않으면 집에 대한 권리를 빼앗길까 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휴대용 가스버너로 요리를 하고 물을 계단으로 운반해야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중국의 부실한 건설사와 관료주의로 인해 많은 주택 구매자들이 수년간 집이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전했다.
결혼 후 이 아파트 94㎡(약 28평) 한 채를 50만 위안(약 9천500만원)에 분양받은 리커 씨는 "한 달에도 여러 차례 당국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시원한 답을 받지 못했다"며 "그 사이 아파트 출입구가 세 차례 사전 고지 없이 폐쇄돼 주민들이 매번 입구에 설치된 펜스를 쓰러뜨렸다"고 말했다.
올해 텐센트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중국 주택 구매자의 45% 이상은 약속한 기한에 건물이 완공되지 않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응답했다.
또 2020년 인터넷 매체 펑파이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미완공 주택 건물들은 약속한 기한보다 완공까지 평균 2.1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고, 최장 22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사례도 있었다.
베이징의 부동산 변호사 왕위천은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러한 미완성 주택은 단기적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완공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은 법원이 건물을 압류할 경우 주택 구매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면서도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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