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세포, '염증 복합체' 자극→사이토카인 폭주→중증 폐렴 '악순환'
'염증 복합체' 활성 경로 차단, 폐렴 억제 '효과' 확인
미국 예일 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의 폐에 감염하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는 면역 과민반응이 나타나 치명적인 폐렴을 유발한다.
지금까진 이런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몰랐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폐점막 상피세포뿐 아니라 폐의 대식세포(macrophages)에 침입해 '사이토카인 폭풍'을 직접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체가 바이러스의 대식세포 침입을 감지하면 면역 조기경보 체계의 인플라마좀(flammasomeㆍ염증 조절 단백질 복합체)이 활성화해 다량의 사이토카인을 분비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대식세포는 파이롭토시스(pyroptosis)를 일으켜 스스로 사멸했다.
파이롭토시스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염증이 생겼을 때 일어나는 세포 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의 한 유형이다.
원래 대식세포의 자멸사는 바이러스 감염을 저지하려는 시도였고 사이토카인은 일종의 부산물이었다.
그러나 사이토카인이 혈액의 염증성 세포를 더 많이 폐로 불러 모아 '염증의 악순환'을 촉발했고 이게 폐렴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면역계가 의도하지 않은 과민반응이라는 뜻이다.
다행히 연구진은 차단 표적인 인플라마좀 활성화 경로를 찾아냈다.
이 경로를 막으면 사이토카인 분비와 폐렴 진행이 억제된다는 것도 동물 실험에서 확인했다.
미국 예일 의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하면 폐의 심한 염증, 다량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사이토카인 폭풍), 지속적인 인터페론 반응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가 만성화된 생쥐 모델도 바이러스 복제를 막거나 인터페론 연쇄반응을 억제하면 과민해졌던 대식세포 등의 염증 반응이 완화된다.
백혈구의 일종인 대식세포는 건강하지 못한 세포 조직, 암세포, 미생물, 이물질 등을 흡수해 소화하는 식세포 작용을 한다.
대식세포는 HIV(에이즈 바이러스)를 운반하는 숙주세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폐의 대식세포에 직접 감염한다는 건 보고된 적이 없다.
대식세포는 염증의 유발과 진정에 모두 관여한다. 염증을 유발하는 걸 M1 대식세포, 염증을 줄여 조직을 복구하는 걸 M2 대식세포라고 한다.
예일 의대 연구팀은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폐의 대식세포에 들어가 증식하면 코로나19가 빠르게 악화한다는 걸 발견했다.
ACE2 수용체 등의 매개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대식세포는 먼저 인플라마좀을 활성화해 조기경보를 울렸다.
그런 다음 IL -1, IL- 18 등의 인터류킨을 분비하고 곧바로 파이롭토시스에 들어갔다.
원래 폐에 염증이 생기려면 인플라마좀이 활성화해 염증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식세포에 직접 침입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유도한다는 건 처음 밝혀졌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리처드 플라벨 면역학과 교수는 "이 메커니즘은 방송 시스템과 유사하게 작동하는데 이 경우엔 그 메시지가 너무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유망한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는 NLRP3라는 인플라마좀 활성화 경로를 발견했다.
코로나19에 걸리게 조작한 생쥐 모델에서 이 경로를 차단하자 만성화된 폐 염증이 사라지고 폐 조직이 회복됐다.
이 경로를 막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침입한 대식세포는 감염 상태로 남았다.
하지만 이런 대식세포는 염증을 촉발하지 못했고, 염증으로 인한 조직 손상도 더 심해지지 않았다.
또한 감염했던 바이러스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대식세포의 파이롭토시스도 일어나지 않았다.
인플라마좀 활성화 경로를 차단하고 항바이러스제를 병행 투여하면 폐렴 등 코로나19 중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아쉽게도 이 인플라마좀 활성화 경로를 차단하는 약은 아직 승인된 게 없다.
연구팀은 몇몇 글로벌 제약회사와 생명과학 회사가 NLRP3 차단제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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