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내용 유익…이전 양국 대화보다 괜찮은 분위기였다"
원유 증산· 이란 핵 합의 복원·예멘 내전 논의한듯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 중앙정보국(CIA) 수장인 윌리엄 번스 국장이 극비리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번스 국장이 지난달 중순 사우디 왕가가 라마단 기간에 머무는 해양도시 제다를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이나 합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사우디가 입장차이를 보이는 원유 증산과 이란 핵 합의 복원, 예멘 내전 문제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미국 중동 외교의 핵심 국가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급속도로 양국관계가 악화했다.
문제의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18년 사우디 왕실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다.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왕세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실질적인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무함마드 왕세자와는 접촉 자체를 하지 않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우디가 노골적으로 미국에 반감을 표시하면서 미국도 관계 복원을 시도했지만, 무함마드 왕세자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번스 국장의 방문으로 사우디 왕가 분위기도 다소 누그러졌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평가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화 내용은 유익했고, 이전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대화보다 괜찮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번스 국장은 국무부에서 33년을 일한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 과정에서 막후 협상가로 핵심 역할을 맡기도 했다.
CIA의 수장이 된 이후 번스 국장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을 비공개로 방문해 탈레반 지도자와 회동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 시 후과에 대해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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