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8개동 전면 철거후 재시공(종합2보)

입력 2022-05-04 15:49   수정 2022-05-04 17:00

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8개동 전면 철거후 재시공(종합2보)
정몽규 "입주민 우려 해소·신뢰회복 위해 전면 철거 결정"
"공사기간 70개월중 철거에만 45개월 소요"…투입비용 3천750억원 추정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해 해당 201동을 포함해 8개 동 전체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했다.
정몽규 HDC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광주 화정동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근로자 가족분들의 보상 외에는 국민 여러분께 체감할 만한 사고 수습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입주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화정동 아이아크 8개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지난 4개월 동안 피해 보상을 위한 대화를 이어왔으나 입주 예정 고객의 불안감이 커져 왔고, 회사 또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기업가치와 회사에 대한 신뢰 또한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당초 지난 1월 사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201동은 철거 후 재시공하지만, 나머지 동에 대해서는 구조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입주 예정자들이 지속해서 불안감을 호소하자 안전진단 결과와 무관하게 전면 재시공을 하기로 결정했다.
화정아이파크는 1, 2단지로 나뉘어 있으며 당초 총 8개동 847가구(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가 올해 11월 30일에 입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 넉 달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데다 이번에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 결정됨에 따라 이 아파트의 입주는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철거 후 준공까지 70개월(5년10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철거와 재시공에 따른 건축비와 입주 지연에 따른 주민 보상비까지 추가로 투입될 비용은 3천750억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재시공과 보상비 등으로 1천754억원의 비용을 이미 지난해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으며, 올해부터 추가로 2천억원을 비용 처리할 예정이다.
다만 시공 중인 건물을 전면 철거한 뒤 재시공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향후 철거·시공 과정의 공사 기간과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가 도심 한가운데 들어서 폭파 방식의 철거가 어렵다고 보고 8개동 전체 구조물을 상층부터 한 층씩 해체하는 '탑다운' 방식의 철거를 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건물 철거에만 45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미 지어진 신축 건물을 철거하고 재시공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철거 준비부터 인허가, 건축까지 걸리는 기간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외에 민사상 보상비 규모에 따라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화정아이파크 입주민들은 전면 재시공 결정에 대해 "통 큰 결단"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입주가 지연되는 만큼 공사 기간 고통받을 입주 예정자의 주거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정아이파크 입주 예정자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그동안 현대산업개발에 전체 동을 모두 철거하고 전면 재시공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는 지난 1월 11일 201동 공사현장에서 39층(PIT) 바닥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완료 직후 PIT층 바닥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PIT층은 38층과 39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으로, 39층 하부부터 시작된 건물 붕괴는 23층까지 진행돼 16개 층 이상의 슬래브, 외벽, 기둥이 연속적으로 붕괴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
현장 조사를 벌인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시공·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로 결론 내렸다.
정 회장은 사고 발생 1주일만인 지난 1월 17일 광주에서 생긴 잇단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이날 전체 동 철거 후 전면 재시공이라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날 전격적으로 전면 철거 및 재시공 결정을 내린 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압박 메시지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겸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광주 사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와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난다면 기업은 망해야 하고 공무원은 감옥에 가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원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전면 철거 재시공이라는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의 안전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정 회장은 이날 "죄송하다"는 등의 발언과 함께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 재차 고개를 숙인 뒤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아이파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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