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게임' 슬그머니 뛰어드는 업체들…소비자보호 미비

입력 2022-05-05 06:50  

'돈 버는 게임' 슬그머니 뛰어드는 업체들…소비자보호 미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국내 게임업체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대체불가토큰(NFT)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게임사들이 돈 버는 게임, 이른바 P2E(Play to Earn)를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부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정도로 강하게 사행성 게임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게임사들의 궁극적 의도는 투자해 이득을 낼 목적으로 게임에 접근하는 이용자들을 블록체인 생태계에 끌어들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 게임과 연동된 가상화폐·NFT 플랫폼 우후죽순

국내 메이저 게임사 중 블록체인 기술에 가장 먼저 뛰어든 기업은 위메이드[112040]다. 위메이드는 2018년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WEMIX)와 이에 기반한 가상화폐 위믹스코인, NFT 경매 사이트 '위믹스 옥션'을 출시했다.
위메이드가 지난해 8월 P2E 게임을 표방하면서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는 한때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가 130만명을 넘는 등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게임즈[293490]의 계열사 프렌즈게임즈도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보라'를 운영하는 웨이투빗과 합병하고, 지난 2월에는 사명을 '메타보라'로 바꿨다.
카카오게임즈는 NFT를 도입한 블록체인 골프 게임 '버디샷 Enjoy & Earn'을 글로벌 게임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또 '아키에이지' 지적재산(IP)를 기반으로 한 PC MMORPG에도 NFT를 도입할 예정이다.
컴투스[078340]도 올해 블록체인 플랫폼 'C2X'를 가동하고 자체 가상화폐 CTX를 발행했다. 이어 NFT화한 자산을 암호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자사 메타버스 '컴투버스(Com2Verse)'를 오픈할 예정이다.
넷마블[251270]은 지난 3월 자체 가상화폐 마블렉스(MBX)를 출시하고 동명의 가상화폐 플랫폼을 출시했다. 엔씨소프트[036570]도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리니지W'에 NFT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P2E 지향하는 NFT 게임들…공정성·지속성 담보 장치는 부족
게임사들이 NFT에 기반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게이머들 간에 NFT를 거래할 때는 게임사가 발행한 가상화폐가 쓰이는데, 이 과정에서 게임사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개별 게이머가 NFT 거래로 이득을 보든 손해를 보든, 가상화폐의 가치가 유지되는 한 게임사는 시장의 운영 주체로서 이득을 보는 구조다.
현재 한국에서 P2E 게임은 불법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32조1항은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사행성 게임물에 대항되는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게임산업법 22조 2항에 근거해 P2E 게임에는 등급분류를 아예 내주지 않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만 P2E 게임을 출시하거나, 국내판에는 P2E 기능을 빼고 발매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내 게이머가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게임을 직접 내려받아 설치하거나, IP설정을 바꾸는 방식으로 P2E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P2E 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NFT 생태계의 '기축통화'가 되는 가상화폐의 공급은 대부분 게임사 측이 쥐고 있다. 가상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재화의 실질적 가치와 공급량도 전적으로 게임사의 통제하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게임 서비스가 모종의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종료되거나 거래에 이상이 생기면 소비자들의 자산도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NFT의 가치도 불안정하다. 위메이드가 발행해 보유한 위믹스 물량을 한때 대량으로 매도한 사실이 올해 초 알려지면서 위믹스 가격이 요동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겸 다빈치교양대학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게임사들이 내세우는 NFT는 안정적인 '플랫폼'이라기보다는 P2E 의도를 가리고 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NFT나 이에 기반한 게임 아이템의 법적 성격이 모호한 상황으로, 이를 확실히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업계 자체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P2E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방안을 세우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등급분류 문제를 해결해 P2E 게임을 양지로 끌어내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도 공식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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