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역사 바티칸 스위스 근위대 '금녀의 벽' 허물어질까

입력 2022-05-05 01:36  

500년 역사 바티칸 스위스 근위대 '금녀의 벽' 허물어질까
교황청 150년된 병영 리모델링…여성 염두에 둔 1인실 포함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을 엄호하는 스위스 근위대에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근위병이 탄생할까.
교황청이 기존의 낡은 스위스 근위병 병영을 리모델링하면서 여성 근위병의 입영 가능성을 염두에 둔 1인실을 만들 예정이어서 시선을 끈다.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 뉴스 등에 따르면 교황청과 스위스 근위대 측 대표단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바티칸 병영 리모델링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현재 스위스 근위대가 생활하는 바티칸 병영은 150여년 전 지어진 것으로 매우 낡고 규모가 작아 현대식 개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양측은 이날 회의에서 역사성을 가진 외부 건축 양식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사실상 완전히 새로 짓는 방식의 리모델링에 합의했다.
예상되는 총 건축 비용은 4천500만 스위스 프랑(약 581억 원)으로 양측이 적정 비율로 분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는 2025년 희년을 지낸 뒤 시작된다.
눈에 띄는 점은 새 병영에 개인 화장실을 갖춘 1인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근위대 관계자는 "여성 근위병 탄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며, 바티칸과 교황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단하면 여성 근위병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다.
교황이 2013년 즉위 이래 로마가톨릭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지위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점에 비춰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황은 지난 3월 반포한 새 헌장을 통해 역사적으로 남성 성직자가 독식해온 교황청 부서 장관에 여성을 임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빨강·노랑·파랑 줄무늬의 알록달록한 유니폼으로 유명한 스위스 근위대는 교황청이 보유한 유일한 군사 조직으로, 청내 치안과 교황의 안전을 담당한다.
216대 교황 율리오 2세(1443∼1513)가 1503년 즉위 후 스위스로부터 200명의 용병을 파견받아 근위대를 창설한 게 그 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 국적을 가진 19∼30세 사이 미혼의 남성 가톨릭 신자에 키가 최소 174㎝ 이상이어야하는 등 엄격한 자격 기준을 갖고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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