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이후 22년만 최대폭 인상…인플레 잡기 '빅스텝'
"中 봉쇄로 공급망 사태 악화 가능성…우크라침공 영향 극도로 불확실"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이 가파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긴축 통화정책의 양대 수단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에까지 나서며 물가잡기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미 연준은 4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연준은 통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0.75~1.0% 수준이 됐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3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올리고, 올해 남은 6번의 회의마다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연준은 2015~2018년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다, 2019년 7월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2020년 3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제로(0) 금리를 유지해 왔다.
연준은 또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8조9천억달러(약 1경1천272조원)에 달하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내달 1일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및 주택저당증권(MBS) 가운데 475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재투자하지 않고 시장에 흘려보낼 방침이며, 앞으로 석 달후에는 이를 950억달러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종류별로는 내달 국채 300억달러, MBS등 175억달러를 매각하고, 이후 국채와 MBS 각각 600억달러, 350억달러까지로 규모를 늘린다.
연준의 지난 3월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들은 양적 긴축의 월 상한선을 미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350억달러로 하는 게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2017∼2019년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당시 월 상한선이 최대 500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양적긴축은 종전보다 2배에 가까운 속도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와 MBS를 매입했으나, 이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이다.
연준의 이번 조치는 일자리 성장세가 강력하다는 전제하에 최악의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고강도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발생하며 공급망 사태를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도로 불확실하다"며 "침공과 그에 따른 사태가 물가 상승을 추가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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