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 밑 퇴적층이 스펀지처럼 거대한 지하수 머금어

입력 2022-05-06 15:10  

남극 빙하 밑 퇴적층이 스펀지처럼 거대한 지하수 머금어
고대 바다 진흙·모래로 형성…빙하 유실에 중요한 작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남극대륙 서(西)남극의 빙상 아래서 퇴적층이 거대한 스펀지처럼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머금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빙하가 빠르게 흐르는 '윌런스 빙하류'(ice stream) 아래서 포착된 이 지하수 시스템은 수백 미터 깊이에 달하며 남극대륙 내 다른 곳에도 존재할 것으로 추정돼, 지구온난화 시대 남극의 얼음과 지구의 미래에 중요한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BBC뉴스 등에 따르면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클로에 구스타프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서남극 윌런스 빙하류에서 6주에 걸쳐 '자기지전류탐사(磁氣地電流探査)로 얼음 밑의 지하수를 파악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자기지전류탐사는 전자기장 변화를 분석해 깊이 묻혀있는 물질을 파악하는데, 얼음이나 기반암, 지하수의 존재는 물론 짠물 여부도 알 수 있다.
남극 빙상 밑 지하수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추정은 돼왔지만 실제 측정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윌런스 빙하류는 약 800m 두께의 얼음이 폭 100㎞에 걸쳐 로스 빙붕을 향해 빠르게 흘러내리는 지역으로 2000년대에 위성 관측을 통해 얼음 표면이 수개월에 걸쳐 오르내리는 것을 통해 얼음밑 호수인 빙저호로 물이 흘러들고 나가는 것을 파악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자기지전류탐사를 통해 빙하의 바닥부터 약 5㎞ 깊이까지 구조를 파악했으며, 빙하류와 기반암 사이에 500∼2천m에 걸쳐 고대 바다의 진흙과 모래로 된 공극이 있는 퇴적층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퇴적층의 공극은 약 5천∼7천년 전의 짠 바닷물을 머금고 있지만 상층부는 빙하 밑에서 얼음의 압력과 마찰로 생성된 민물이 스며들며 혼합돼 지하수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컬럼비아대학 '라몬-도허티 지구관측소' 대학원생으로 연구에 참여한 구스타프슨 박사는 "퇴적층은 거대한 스펀지처럼 생각되는데, 약 100㎢에 걸쳐 퇴적층이 머금고 있는 물을 모두 짜내 지상 위에 채운다면 약 220m에서 820m 깊이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440m) 높이와 비교한다면 비교적 얕은 서쪽 지역은 빌딩의 절반 정도, 깊은 곳은 빌딩 두 개를 잠기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윌런스 빙저호 깊이가 2∼15m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따지면 1∼4층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 및 해수면 상승과 관련해 빙하 밑 지하수 발견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했다.
연구팀은 빙하에서 나온 물이 퇴적층으로 스며들면 빙하 밑에 물이 고여 윤활 작용을 하는 것을 막아 빙하가 바다로 밀려내려가는 것을 늦춰주는 제동장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빙하의 두께가 얇다면 이에 따른 압력이 줄어들며 퇴적층의 물이 스며나와 윤활 작용을 함으로써 빙하가 흘러내리는 속도를 올리는 반대 현상도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남극의 빙하가 해수면을 57m까지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통제하는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관련 모델은 빙하 밑 지하수의 역할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