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등 기업 역할론' 부각…SK 최태원 회장, 사회적 보폭 넓힐듯
현대차그룹, 전동화에 속도…LG그룹, 배터리·전장사업에 역점
반도체-AI-배터리 초격차 확보 추진에 4대 그룹 신사업도 탄력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윤석열 정부가 10일 닻을 올림에 따라 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재계도 정부와 이인삼각을 위해 신발 끈을 바짝 조이려는 분위기다.
새 정부가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미래전략산업의 '초격차' 확보를 국정과제로 제시함에 따라 4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조치 장기화, 인플레이션 등 갖은 대외 악재로 한국 경제가 전례 없는 복합위기를 맞은 상황이어서 재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 삼성 '1등기업 역할론' 부각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재계 1위 기업으로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용과 투자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이후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석가탄신일 사면은 비록 불발됐지만, 재계의 리딩 기업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삼성이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 부회장은 이달 20∼22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이 부회장을 포함한 한국 주요 기업인들과 만나는 자리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는 일정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정이 확정되면 이 부회장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공장을 자국 내에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분야 투자를 위한 초당적인 혁신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과거 제조업을 이끌던 미국의 자리에 삼성 등 외국기업이 있다며 삼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다음 달 미국 현지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파운드리 2공장 착공식에 이 부회장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상반기 착공은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착공 행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보폭 넓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기여를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 회장은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 앞장설 예정이다.
최 회장은 향후 정부 직속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정부 유치위원회'가 신설되면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임명 전이지만 다음 달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되는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SK그룹 회장으로서는 반도체와 AI, 배터리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일찌감치 점찍고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SK그룹은 그룹의 성장동력 키워드를 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의 머리글자를 따 'BBC'로 정의하고, 2017년부터 전체 글로벌 시장 투자금 48조원의 약 80%를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속한 바이오 부문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새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이 분야의 경쟁력 확보에 더욱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폐플라스틱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도시유전 사업 등 그린비즈니스로 전환 중인 SK 주요 계열사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전망이다.
◇ 현대차그룹, 전동화에 속도 낼 듯
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 육성 정책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발맞춰 전동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에서 친환경차 구매목표를 상향하고,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의무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친환경차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와 EV6 등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위주의 전기차 라인업에 세단과 대형 SUV를 추가할 예정이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005380]는 2035년까지 유럽 시장의 판매 라인업을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로만 꾸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국내 시장의 친환경차 전환은 2040년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 중인 UAM(도심항공교통)과 로보틱스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지능형 모빌리티 및 UAM 제조산업 육성, 산업 현장에 제조·안전 로봇 1만대 보급 등도 국정과제로 삼았다.
현대차는 인천공항공사, KT[030200], 대한항공[003490] 등과 UAM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민·관 합동으로 UAM 시스템을 개발해 2025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 LG그룹, 배터리·전장사업에 역점
LG그룹 역시 친환경차 시대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과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는 배터리 등에 대한 종합 지원을 통해 'K배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올해 1월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이후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2~3대중 1대는 LG 배터리를 장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전장 사업은 LG가 가장 주력하는 미래 신성장 동력이다.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를 시작으로 전장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왔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반도체는 향후에도 자원 무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만큼 새 정부는 용인과 평택에 새롭게 조성되는 반도체 공장 인프라 지원 등에 주력할 것"이라며 "배터리·바이오 등 신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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