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신 행정장관에 홍콩 공무원들 사기 저하"

입력 2022-05-08 11:48   수정 2022-05-09 16:37

"경찰 출신 행정장관에 홍콩 공무원들 사기 저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첫 경찰 출신 행정장관 배출을 앞두고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이날 행정장관 선거에서 당선이 예고된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행정 경험이 없는 경찰 출신으로, 관료주의 타파 등 공무원 사회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위축되기 시작한 공무원 사회에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을 비롯해 역대 홍콩 행정장관들은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내내 오랜 경험의 행정관료들이 맡아왔다.
영국 식민지 시절 구축된 홍콩 공무원 체계는 법과 절차를 중시하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결과보다 과정에 무게를 두면서 문제 해결과 사안 처리가 더디고 형식에 얽매여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협치가 부족하고 공무원들이 정부 바깥이나 중국 본토에서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무원 체계의 정점에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 670명으로 구성된 고위 행정관료 그룹이 있다. 매년 30명 이하의 신입 구성원을 선발하는 이 집단은 좋은 학력을 가진, 정부 고위직 관료들로 구성되며 홍콩의 주요 정책을 설계한다.
그러나 존 리의 취임을 앞두고 이 그룹 구성원들은 사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 중 한 명인 켈리(가명)는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예전과 비교해 환경이 매우 달라졌고 중앙 정부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SCMP는 "지난해 존 리가 경찰 출신 첫 정무부총리로 임명되고, 그의 후임으로 경무처장 크리스 탕이 보안장관에 임명될 무렵 '행정관료의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고 전했다.
존 리와 크리스 탕은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공으로 승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존 번스 홍콩대 교수는 "중국 정부는 홍콩의 기율 분야를 가장 신뢰하고 행정관료를 가장 신뢰하지 않으며, 공무원 전체의 충성심을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공무원들도 대거 참여했고, 중국이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을 만든 후 일반 공무원들에게도 충성 서약을 의무화하자 100여명이 이를 거부해 해고에 직면한 바 있다.
홍콩 공무원노조의 렁차우팅 위원장은 "현재 공무원들의 사기가 낮다"며 2020∼2021년 1천863명의 공무원이 사직했는데 이는 3년 전보다 약 30%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 전 부총리의 공무원 개혁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면서, 더 많은 공무원이 사직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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