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에 난입해 경비 요원에 총격…현장 시민들 긴급 대피
선거 당일 전 총격전·수류탄 투척 잇따라…4명 숨지고 17명 부상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대통령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괴한들이 총기를 발사해 경비 요원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9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남부 민다나오섬 불루안 자치구역에 설치된 투표소에 괴환들이 난입해 총격을 가했다.
자치구의 이브라힘 망구다다투 전 시장은 투표소로 사용되는 학교에서 총격이 발생하자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긴급히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서 경비 요원 3명이 즉사했고 다른 한명도 중상을 입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틀전에는 북부 일로코스수르주의 마그싱갈 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총격전을 벌여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북부 누에바에시하주에서도 시장 후보 2명의 경비원들이 서로 총을 쏴 5명이 다치고 주변의 차량들이 크게 훼손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경비원 등 20여명을 체포하고 M16 소총과 산탄총을 대거 압수했다. 이어 선거 하루 전날인 8일 밤에는 남부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의 다투 운사이와 샤리프 아구아크 자치 구역 투표소 밖에서 수류탄이 모두 5차례 터져 8명이 부상했다.
다친 시민들은 현장에서 도보로 8∼12시간 떨어진 산악 지역민들로 투표를 하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마긴다나오주는 지난 2009년 11월 주지사 선거 출마자를 대신해 후보 등록을 하러 가던 부인과 여동생 2명, 언론인 27명 등 총 58명이 납치돼 살해된 적이 있는 곳이다.
필리핀은 총기 소유가 쉬워 살인 등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나라다.
특히 선거철에 총기 사고가 잇따라 정부가 치안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른 때에 비해 폭력 사고가 적게 발생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113건이 발생한 데 비해 올해 1월부터 보고된 총기 발사와 불법 구금 등 선거 관련 폭력 사고 건수는 16개에 불과하다.
필리핀 경찰 대변인 쟝 파하르도는 "총기 단속 및 사설 무장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당국은 선거 치안 유지를 위해 이틀전 부터 투표소와 검문소 경비를 비롯해 선거 관리 공무원 경호를 위해 전역에 군인 4만8천명과 경찰 1만6천명을 배치했다.
필리핀 경찰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부터 이틀간 전역에서 금주 조치를 진행중이다.
경찰은 성명을 내고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8∼9일 이틀간 누구라도 술을 팔거나 사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이날 대통령과 부통령 외에도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을 비롯해 1만8천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를 뽑는 투표를 시작했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총 6천700만명이며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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