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범죄이력 등 뒤늦게 확인…난민 여성 겨냥 독신 남성 성착취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여분의 방이나 집을 제공하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 프로그램을 둘러싼 잡음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난민 600명이 집주인의 문제로 새로운 집을 찾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집주인의 '부적절한' 이력 때문인데, 혼자 사는 영국인 남성이 우크라이나인 여성과 아이들을 성적으로 착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집 프로그램은 친지가 없는 우크라 난민도 영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들을 위해 여분의 방이나 집을 6개월 이상 제공하는 가구에 월 350파운드(55만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영국 정부는 자국민 보증인이 있어야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체류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는데, 보증인 없는 난민을 위해 마련한 대안이다.
하지만 난민 구호단체들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주로 여성과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영국 독신 남성들에게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영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가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 600명을 위한 새로운 숙소를 찾고 있는데, 이들의 호스트는 전과 기록이 있는 등 적절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난민들은 임시로 호텔에 배치됐다. 영국 정부는 이들이 새 호스트를 찾을 때까지 머무를 대학 기숙사 등의 거처를 물색하고 있다.
다른 소식통 역시 우크라이나 난민 600명이 비자를 받았지만, 영국인 후원자가 전과 등의 이유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지원하는 단체의 한 관계자는 누구나 제한 없이 참가할 수 있는 매칭 시스템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젊고 미혼인 우크라이나 여성을 찾는 데에만 관심 있는 영국 독신 남성의 신원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난민들이 정부 프로그램에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믿고 따라갔다가 성매매 등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선단체 '난민 행동'의 한 관계자도 "정부의 무모하고 규제되지 않은 매칭 방식은 취약한 난민들이 착취당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트라우마를 지닌 가족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 주인을 떠나야 했다"며 "끔찍한 경험으로 다른 후원자와 재결합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우려해 정부의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지방정부협회 회장인 제임스 제이미슨은 "매칭에 앞서 후원자들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며 정부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비자를 발급하기 전에 집주인의 전과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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