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여행중 분실품에 여행자보험 이중청구하면 보험사기"
"명품가방 분실했다"며 보상받고 중고사이트에 올리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2018년 9월 해외여행 도중 가방을 도난당한 A씨는 때마침 들어 놓은 여행자보험 덕분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여행사를 통해 자동 가입된 단체보험으로 보험금을 이중 청구해봤는데 보험금이 또다시 나오는 것을 보고 다음 여행 때부턴 아예 개인 여행자보험을 4개씩 가입하고서 가방 도난에 대한 보험금 중복 청구를 하기 시작했다.
4차례 해외여행 동안 A씨가 15개 보험사에 가방 분실로 청구해 받은 보험금은 총 1천847만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A씨처럼 여행 중 휴대품 도난·파손을 사유로 보험금 총 1억2천만원(191건)을 부당 수령한 여행자보험 사기 혐의자 20명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사고 발생 건수나 보험금 수령액이 과도한 경우를 선별한 뒤 보험금 청구서류 등을 분석해 서류 조작, 피해물 끼워넣기, 동일 물품 허위·중복 청구 등을 확인한 결과다.
주요 사례를 보면 ▲ 전손·도난된 휴대품에 대한 허위 청구 ▲ 가족관계를 이용한 허위 청구 ▲ 단체보험 등 다수 보험을 이용한 중복 청구 등이 주를 이뤘다.
한 혐의자는 여행 도중 태블릿PC가 파손돼 여행자보험으로 보험금 지급을 받았다가 몇 달 뒤 같은 제품으로 또다시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가 있었다.
어떤 이는 면세점에서 명품 가방을 산 뒤 잃어버린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받은 뒤 해당 가방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렸다가 사기 행각의 꼬리가 밟히기도 했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 다른 보험사의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뒤 같은 휴대품에 대해 보험금을 각각 청구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계곡 살인' 사건으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31)씨도 유사한 방식으로 여행자보험금을 허위·중복 청구한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앞서 이씨 범죄혐의를 수사하던 경찰은 이씨가 2017∼2019년 해외여행 중 소지품을 도난당했다고 허위 신고해 본인 또는 남편의 여행보험금을 최소 5차례에 걸쳐 800만원 넘게 가로챈 정황을 파악했다.
다만, 이번 금감원 조사에서 적발된 명단에 이씨는 포함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사기 혐의자들을 수사 의뢰하고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여행자보험 관련 사기 예방을 위한 교육·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빙서류를 위조해 사고내용을 확대하거나 중복 가입 사실을 알리지 않고 동일 물품의 보험금을 각 보험사에 중복으로 청구하는 행위는 금액이 소액이라도 보험사기에 해당하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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