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최장수 경제부총리 홍남기…끝까지 "재정 건전성 지켜야"

입력 2022-05-09 11:40  

떠나는 최장수 경제부총리 홍남기…끝까지 "재정 건전성 지켜야"
특유의 성실함·꼼꼼함으로 1천247일간 부총리 재임
코로나 위기 극복 이끌었지만 '홍두사미'·'홍백기' 등 논란도
부동산시장 불안정에는 "애타다 남은 굳은살" 언급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7년간의 공직 생활을 뒤로 하고 9일 물러났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며 경제 회복을 이끈 홍 부총리는 이날 열린 이임식에서 마지막까지 재정 건전성 관리를 당부했다.

◇ 비(非)KS·춘천 출신 '비주류'…특유의 성실함이 무기
강원 춘천 출신인 홍 부총리는 춘천고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기재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경제기획원 등 경제 관료의 주류였던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이 아닌 홍 부총리는 출발부터 비주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꼼꼼한 업무 능력과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기획예산처 예산실 예산총괄과 서기관, 기획예산처 성과주의예산팀장·예산실 예산기준과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쳤고,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를 했다.
이후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거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중용된 그는 2018년 12월 10일 경제부총리로 임명돼 이날까지 1천247일간 재임했다.
이로써 홍 부총리는 윤증현 장관(842일)을 제치고 역대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중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우게 됐다.
장관 임기를 시작한 뒤에도 홍 부총리는 쉼 없이 업무에 매진했다.
그는 재임 기간 중 총 365회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며 사흘에 한 번꼴로 회의 일정을 소화했고, 특히 장관 모두발언은 전날 새벽까지 손수 수정하는 꼼꼼한 성미로 이름을 날렸다.
공복으로서의 대부분 기간을 기재부에서 보낸 홍 부총리는 이임사에서 "한 치의 후회도 없도록 공직 생활에 열정을 다 쏟으며 달려왔다"고 회고했다.



◇ 일본 수출규제·코로나19 위기 대응…11차례 예산 편성 '진기록'
홍 부총리의 임기는 곧 우리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2019년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에 역점을 뒀고,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뒤에는 경제 전방위적인 충격에 맞서 금융·재정 지원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홍 부총리는 7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 11차례 예산을 편성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재임 기간 내내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홍 부총리 또한 시장 불안정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홍 부총리는 "못다 한 일, 아쉬움이 큰 과제들은 '애가 타다 남은 굳은 살'로 가슴 한편에 깊숙이 남는다"며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으로 부동산시장이 충분히 제어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 대주주 기준 강화·전국민지원금 지급 논란 겪어…'홍두사미' 오명도
홍 부총리의 임기 중에는 개인적인 난관도 유독 많았다.
2020년 11월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강화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면서 홍 부총리를 해임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건을 넘겼고, 당시 정치권의 압박으로 결국 대주주 기준이 유지되자 홍 부총리는 사표를 던졌다.
2021년 2월에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의 전국민지원금 지급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번번이 정치권의 요구에 밀리면서 홍 부총리는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 '홍백기(홍남기+백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위기 극복을 포함한 경제 운용의 공과와 장관의 정책 결정에 대해 여러 언론 평가가 있었지만, 충분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일정 부분은 추후 역사가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인플레 극복·정책 정상화 등 숙제 남겨…"재정 역할·건전성 조화 지켜야"
나아가 홍 부총리는 새 정부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겹쳐 쌓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상황이 점점 복잡하고 엄중해지는 양상"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동안 조치해온 위기 극복 정책들의 정상화도 숙제이며, 특히 재정 영역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회복은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또 "국제기구와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재정 지속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점점 매서워지고 있으며, 고령화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시간도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정의 역할 수행과 건전성이 조화롭게 지켜지는 나라 곳간을 지키고, 새 정부에서 재정준칙을 조속히 법령으로 제도화하여 중기 재정 관리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사회 구조 변화에 실기하지 않고 대응하면서 인구 감소·지역 소멸 대응에 속도를 내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기재부 공무원 후배들에게는 "긴 안목에서 큰 흐름을 보면서도 작은 것을 꼼꼼히 살피는 '대관소찰'의 자세와 부서·부처 간 협업의 자세, 공직자로서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ms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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