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매체, 외부 비판에도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실현"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존 리 전 홍콩 정무 부총리가 단독 출마해 유효투표수 기준 99%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민주적 원칙에 위배된다"는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의 비판에 대해 중국 당국이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9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특파원공서는 전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보렐 고위 대표의 발언에 대해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 등 특정 외국 정치인들은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공공연하게 어기고, 홍콩 선거제도와 선거 결과를 폄훼한다"면서 "이는 당중앙의 홍콩정책을 모함하고, 중국 내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파원공서는 이어 "EU 정치인들은 홍콩을 통해 중국을 억제한다는 험악한 속셈으로 민주, 인권, 자유라는 허울로 홍콩에 대해 함부로 말하며 치졸함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EU 정치인들은 잘못을 바로잡고, 대세를 분명하게 인식해 즉시 홍콩 사무에 개입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홍콩 반환 25주년을 앞두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는 가운데 치러진 중요한 선거"라며 "이번 선거의 성공적인 개최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관철하고, 홍콩 특색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고 덧붙였다.
앞서 보렐 고위 대표는 지난 8일 EU를 대표해 낸 성명에서 "EU는 민주적 원칙, 정치적 다원주의의 위배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선출 절차는 일국양제 원칙을 해체하는 또 다른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는 중국 정부가 낙점한 존 리 전 홍콩 정무 부총리가 단독 출마해 선거위원회 정원 94%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홍콩에서는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 혁명이 거세게 일어난 바 있다. 그러나 선거위 위원이 800명에서 1천500명으로 늘어났을 뿐 여전히 소수가 참여하는 간접 선거로 행정장관이 선출되고 있다.
앞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과 중국 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성명을 통해 "새로운 선거 제도는 일국양제에 부합하고, 홍콩 실정에 맞는 좋은 제도임이 입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리 당선인이 보안 장관 출신인 점을 부각하며 "(리 당선인이) 경험이 풍부하고, 실행력이 강해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과정에서 확고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관영 통신인 신화사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이날 논평을 통해 서방 진영의 공세에도 이번 선거는 홍콩의 새 선거제도의 우월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신화사는 "미국과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홍콩의 새 선거제도를 공격하지만, 사실은 선동을 이기는 법"이라며 "새 제도는 홍콩의 현실에 맞는 좋은 제도이자 모든 선거 과정은 합법적이고 공정했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도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선거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이 홍콩 사회에서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미국과 서방 일국에서는 홍콩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홍콩의 발전은 본궤도에 올랐다"고 역설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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