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리비아·이라크 사례 이어 핵무장 명분 강화"
"러시아, 북한에 석유·가스 포함한 지원 확대 길 열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핵무기를 포기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북한에는 핵개발을 서두를 최적의 여건과 명분을 제공하게 됐다고 CN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얻은 교훈은: 지금이 핵개발을 위한 최적의 시기라는 것' 제하의 기사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북한에 핵 프로그램을 가동할 여건상 '퍼펙트 스톰'을 선물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생존을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강화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시선이 유럽에 쏠리면서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좋은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얻은 교훈은 간단하다. 절대로,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와 리비아의 지도자였던 사담 후세인과 무아마르 카다피는 핵 야망을 포기한 후 권력을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었다.
우크라이나도 1994년 소련 시절부터 보유해 온 핵무기의 반환을 조건으로 러시아·미국·영국이 안전 보장을 약속하는 부다페스트 각서를 맺었으나, 이번에 협정 당사국인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당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은 "이번 침공이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착을 더욱 강화하는 등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 침공 전부터 핵 야망을 강화할 조짐을 보였다.
올해 들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벌써 14번째로 작년 8번, 재작년 4번보다 크게 늘었다. 이 중 한 차례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추정됐다.
북한이 ICBM을 실험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핵실험 재개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북한은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을 복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달 말까지 북한이 핵 실험을 할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뜻하지 않게 북한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완전히 고립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이행할 의지가 거의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러시아·중국, 미국·영국·프랑스로 양분된 것도 북한에 대한 어떤 합치된 결정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란코프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반기지는 않겠지만 이를 묵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대한 금수 조치가 북한에 에너지 공급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북한이 싼값에 여유분의 에너지를 가져오기 위해 더는 미국 주도의 대(對)북한 제재에 구애받지 않는 러시아와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국제교류재단-브뤼셀 자유대학 한국 석좌는 "러시아가 북한에 더 많은 경제적 지원과 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석유와 가스는 물론이고 식량과 비료 등 북한이 원하는 것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작지만 최악의 경우 최근 상황이 한국전쟁의 재발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언급도 나오기 시작했다.
CNN은 이 같은 질문이 다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고 보도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은 아마도 남한 정복이라는 잊힌 꿈을 다시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2045년이나 2055년에 북한이 ICBM과 핵 잠수함으로 미국을 위협할 때 미국 대통령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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