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아동 보호?…멕시코 국경에 모여드는 미 극우 음모론자들

입력 2022-05-10 14:54  

이주아동 보호?…멕시코 국경에 모여드는 미 극우 음모론자들
'성매매에 동원된다'는 맹목적 믿음에 아이들 신상조사
"아이들 도구삼아 강경 이민정책 지지 확보 의도"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QAnon)이 최근 남부 멕시코 국경지역에 몰려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이들은 이주 아동들이 성매매에 동원되려 끌려온 것으로 의심하면서 이들의 신원과 미국 내 가족 정보 등을 캐고 있다.
NYT는 큐어넌이 몰려든 미-멕시코 국경지역인 애리조나주 사사베 지역의 풍경을 전했다.
취재에 응한 제이슨 프랭크(44) 등 일행은 국경을 넘어온 이주 아이들에게 접근해 인근 야영지로 데려갔다.
고국 과테말라에서 출발해 15일 만에 미국에 도착했다는 아이들은 이들이 건네준 햄버거와 소시지로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프랭크는 아이들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하는 문구인 '렛츠코 브랜든'이 쓰인 티셔츠를 건네줬다.
영문도 모르고 티셔츠를 갈아입은 아이들은 프랭크 일행과 사진 촬영을 하고 나서 둥글게 모여 기도를 했다.

이 모습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됐다.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있는 프랭크 일행은 이주 아동들을 성매매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활동하는 자칭 국경 수비대다.
큐어넌 운동의 열렬한 추종자인 프랭크는 이 분야의 인플루언서로 통한다. 그의 페이스북을 보면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시드니 파월 변호사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는 이주 아동들이 소아성애자 집단으로 흘러간다는 의혹을 믿고 지난달 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미 정부는 통상 동행하는 어른 없이 혼자 국경에 도착한 이주 아동들이 미국에 있는 친척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갖고 있으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 아이들이 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들을 데리러 오는 친지나 지인들과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은 근거가 없다.
성매매를 위해 국경을 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관련 감시단체들은 지적한다.
'애리조나 반(反) 인신매매 네트워크'의 트레이시 서덜랜드는 NYT에 "성 노동자나 노예로 끌려온 이주 아동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다"며 "국경에서는 오히려 돈을 내고 밀입국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이주 아동들이 성적 약탈자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큐어넌이 내세웠던 주요 음모론과도 맞아떨어진다. 이들은 유명 민주당원이 이끄는 소아성애자 엘리트 집단이 어린이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전문가들은 큐어넌이 이민 문제로 눈을 돌린 것은 강경한 국경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 정치적·경제적 지지를 얻으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극단주의 세력 전문가인 미아 블룸은 "이 아이들은 그들의 메시지 전파를 떠받치는 존재가 돼 버렸다"라고 말했다.
이민 활동가들은 특히 큐어넌이 아이들로부터 미국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고, 그들에게 연락해선 아이들이 나쁜 사람들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고 전했다.
이민 활동가 마고 카원은 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성인 이민자들에게 괴롭힘이 될 수 있다며 "이들의 행동은 불법이며 너무나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태동한 큐어넌은 트럼프를 미국을 구할 구세주로 받아들이면서 각종 음모론을 퍼트리는 집단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남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부활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고 1·6 연방의회 난동 때도 요란한 복장을 하고 의회에 난입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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