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UAE, 유럽 도우려면 기존 계약 바꿔야…이란은 핵합의 난관
이라크·리비아, 내부 불안으로 의존하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유럽이 러시아를 제재하려고 석유 수입을 중단하더라도 중동이 유럽을 돕긴 어려울 것이라고 미 CNN방송이 9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이 제재가 실행되면 유럽에서 원유는 하루 220만 배럴, 석유제품은 120만 배럴이 부족해진다.
이 공백을 메우려면 석유 시장에서 증산 능력의 대부분을 보유한 중동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국제 관계와 인프라 부족, 정치적 문제 등으로 중동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CNN은 분석했다.
국가별로 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증산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크다.
에너지 정보 회사인 에너지 인텔리전스의 OPEC 담당 수석 특파원 아메나 바크르는 두 나라가 하루에 250만 배럴을 더 생산할 수 있다고 CNN에 전했다. 하지만 두 나라는 미국의 증산 요청을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산유량을 높이면 OPEC+(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의 연대체)에서 합의한 장기 생산 할당량을 초과하게 돼 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OPEC+의 합의는 신뢰를 기반해 강제성은 없지만 유가 유지라는 이해관계로 결속력이 강하다.
사우디와 UAE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물량을 유럽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중국 등 주요 구매국과 관계가 틀어질 수 있어 선택하기 어렵다.
UAE 두바이 컨설팅 업체인 카마르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 로빈 밀스는 사우디와 UAE가 유럽을 돕기 위해서는 다른 산유국들과 다시 장기 계약을 맺거나 아시아 구매처가 합의를 해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나 리비아도 후보군이다. 두 나라 역시 이론상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내부의 정치·경제적 불안과 생산 시설 부족으로 증산을 꾸준히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란은 사우디와 UAE에 이어 추가 생산 능력이 가장 큰 나라다.
데이터 업체 크플러는 이란이 2월 중순 기준으로 1억 배럴의 원유를 부유식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3개월간 하루에 100만 배럴씩 전 세계에 석유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어려운 상태다.
에너지 인텔리전스의 바크르 특파원은 "단지 시장에 더 많은 석유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이 이란과 불리한 거래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동 외에도 나이지리아나 베네수엘라가 증산이 가능하지만 두 나라 역시 내부 상황이 불안해 안정적인 증산을 기대하긴 어렵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더구나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도 대안이지만 미국산 원유는 경질유여서 유럽에 적합하지 않다.
카마르에너지의 밀스 CEO는 "경질유가 주종인 미국산 원유는 유럽 시장에 이상적이지 않으며 유럽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경유를 생산하는데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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