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주정상회의 반쪽 되나…초청 범위 놓고 미주 국가들 갈등

입력 2022-05-11 01:27  

내달 미주정상회의 반쪽 되나…초청 범위 놓고 미주 국가들 갈등
개최국 미국, 쿠바·니카라과·베네수엘라 배제 가능성 시사
멕시코 대통령 "배제되는 국가 있으면 불참…외교장관 보낼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다음 달 미국서 열리는 미주정상회의의 초청 범위를 놓고 미주 내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주정상회의에 배제되는 국가가 있다면, 모든 국가가 초청되지 않는다면 멕시코에선 내가 안 가고 외교장관이 대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우리는 대결이 아닌 화합을 해야 한다"며 "이견이 있다 해도 배제하지 말고 들어보기라도 하면서 해결해야 한다. 누군가를 배제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제9차 미주정상회의 개최국인 미국은 내달 6∼1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회의에 쿠바와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정부를 초청하지 않을 수 있음을 최근 시사한 바 있다.
지난달 말 브라이언 니콜스 미 국무부 차관보는 초청 여부는 백악관이 결정한다면서도 이들 3국은 "거기 있지 않을 것 같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3국 정부는 민주주의 약화와 인권 탄압 의혹 등의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받는 정권들로, 미국은 한때 이들 3국을 '폭정의 트로이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니카라과의 경우 이미 초청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대신 미국이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측이 초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방침에 쿠바는 "쿠바나 다른 나라를 빼놓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미주의 모든 정상이 초대돼야 한다며, 지난달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런 의견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아직 미주정상회의 초청장을 발송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들 3국이 배제되고, 멕시코가 이에 반발해 외교장관만 보낸다면, 혹시라도 중남미 다른 좌파 국가 중 멕시코와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이 나와 회의 자체가 반쪽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미주정상회의를 통해 이민 문제 등의 해법을 모색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중남미 영향력을 견제하며 미주 간 결속을 다지길 원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미주정상회의는 1994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1차 회의가 열린 이후 3∼4년 주기로 열리고 있다.
쿠바는 1959년 공산혁명 이후 미주기구(OAS)에서 한동안 추방돼 미주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가 미국과 쿠바의 해빙 분위기 속에 파나마에서 열린 2015년 7차 회의에 처음 초대됐다.
2018년 페루에서 열린 8차 회의에도 쿠바는 연속으로 초청됐으나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초청받지 못했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대신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참석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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