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속 가능하지 않은 내용"…EU "재협상 없어"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구성 난항에 '벨파스트 평화협정'까지 위협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본격 단행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아직도 관계를 깔끔히 정리하지 못하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영국과 EU는 10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협정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을 두고 날카로운 발언을 주고 받았다.
영국은 이대로 계속 둘 수는 없다며 일방적 협약 파기 카드까지 꺼내려는 반면 EU는 전면 재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입장이 이렇게 계속 평행선을 유지함에 따라 북아일랜드 협약 문제는 줄곧 교착상태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아일랜드 미홀 마틴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북아일랜드 협정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해결책이 안 나오면 북아일랜드 평화와 정치적 안정을 보호하기 위해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총리실은 "EU 파트너들이 새로운 상상력과 유연성을 가지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다만 다음 단계 조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럽 지도자들이 곧바로 맞받아쳤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일랜드 총리실은 "미홀 총리가 현재 시점에서 일방적 행동은 북아일랜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신뢰를 약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없애거나 바꾸면 안된다"고 지적했고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우리 메시지는 꽤 선명하다. 우리가 합의한 사항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의 협상을 이끄는 EU 마로스 세프코비치 부집행위원장은 성명에서 "재협상은 선택 사항이 아니며, 이것이 EU의 통일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남겨두기로 하고 북아일랜드 협약을 맺었다.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일부이지만 아일랜드와 국경이 맞닿은 특수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아일랜드에 평화를 가져온 벨파스트 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에서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국경을 열어두는 것이 핵심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협약에 따라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오는 상품이 통관과 검역을 거치게 되자 북아일랜드 연방주의자들은 본토와의 사이에 새로운 장벽이 생긴 데 큰 불만을 품게 됐고 민족주의자 진영과 충돌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북아일랜드 자치의회 선거에서 민족주의자 정당인 신페인당이 처음으로 1당에 올라섰다.
연방주의자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전날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협약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신페인당과 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벨파스트 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정당들은 연정을 해야 한다.
이날 더타임스는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이 다음 주에 북아일랜드 협약 상당 부분을 일방적으로 무효화하는 법안을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영국 정부가 여왕연설(Queen's speech)을 통해 발표한 정책 방향에는 북아일랜드 협약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가디언지는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선거 결과를 고려할 때 협상 타결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러스 장관은 북아일랜드 선거 결과로 인해 북아일랜드 협약 협상에 긴급성이 추가됐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가디언지가 전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도 북아일랜드 안정은 협상 속도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ITV는 이날 존슨 총리가 13일 북아일랜드 협약을 따르지 않겠다고 발표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로이터통신은 정부 관계자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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