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기사망 15%↑…총기살인, 자살보다 더 빠르게 늘어
15∼34세 젊은 흑인에 피해 집중…아시아인 집단에선 감소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첫해인 2020년 미국에서 총기에 맞아 숨진 사람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0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이 담긴 총기 사망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BC 방송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4만3천595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총기를 이용한 살인 사건과 자살을 합친 수치로, 2019년과 견줘 15% 늘었다.
전체 총기 사망 건수 중 자살 사건이 2만4천245건으로 절반을 넘겼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8.1명꼴의 비율로, 2019년의 10만명당 7.9명에서 소폭 상승했다.
특히 총기를 이용한 살인 사건이 이 기간 급격히 치솟았다. 총기 살인 사건은 1만9천350건으로, 자살에 비해 건수는 적었지만 2019년 인구 10만명당 4.6명꼴이던 것에서 2020년에는 6.1명으로 34.6%나 상승했다.
이는 1994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존스홉킨스 총기폭력해결센터의 아리 데이비스는 총기 살인이 1년 새 35%나 증가한 것은 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라면서 잠정 집계 수치를 보면 2021년에도 총기 사망이 비슷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DC나 외부 전문가들은 총기 사망이 이처럼 증가한 뚜렷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CDC는 다만 팬데믹 기간 총기 판매가 급증한 점과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또 CDC 연구자들은 이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경제적·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 증가한 점도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일상적인 의료 서비스의 차질,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 뒤 고조된 경찰과 지역공동체 간의 긴장,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권, 가정폭력의 증가, 고질적인 제도적 인종 차별로 인한 열악한 주거 환경과 높은 빈곤율 같은 문제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총기 살인 사건은 특히 흑인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여 피해가 이들 집단에 더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이 희생자인 총기 살인 사건은 2020년에 39.5%나 증가한 1만1천904건에 달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5∼34세 흑인이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2020년 전체 총기 사망 희생자의 38%를 차지했다.
이 연령대 흑인이 총에 맞아 숨질 확률은 같은 연령대 백인에 견줘 20배 이상 높았다.
또 2020년 총기 살인은 모든 인종에서 증가했지만 아시아인과 태평양섬 주민 인구 집단에선 소폭 감소했다.
총기 살인은 대체로 빈곤한 지역에서 가장 많았고, 증가율도 가장 높았다. 가장 빈곤한 카운티들에서는 총기 살인과 총기 자살이 가장 부유한 카운티들보다 각각 4.5배, 1.3배 많았다.
CDC의 토머스 사이먼은 "한 가지 개연성 있는 설명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스트레스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각종 서비스·교육의 중단, 사회적 고립, 주거 불안정, 생활비 부족 등을 꼽았다.
데브라 하우리 CDC 수석부국장 대행은 "총기 폭력은 중대한 공중보건 문제"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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