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잔류한 우크라 언론인들…지하철 노숙하며 현장 보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독립언론 '도보예 브레먀' 소속인 크리스티나 베르딘스키흐 기자는 러시아 침공 후 18일 동안 키이우 지하철역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화로 현장 상황을 취재·보도했다.
걸핏하면 포격이 쏟아지던 전쟁 초기, 자동차나 택시도 없는 키이우에서 취재원을 직접 만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한다.
러시아군이 쳐들어오기 전엔 정치부 소속이던 그는 이제 우크라이나 일반 국민이 전쟁에 적응하는 모습을 취재하고 있다.
러시아의 집중 타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에서 참혹한 현장을 가장 먼저 취재한 사람은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인 키릴 곤차르씨였다고 한다.
하르키우의 언론인들이 지하에 갇혀 있거나 모두 탈출해 버린 상황에서였다. 헬멧, 방탄조끼도 없었다. 그가 찍은 하르키우의 참상은 영국 BBC, 미국 CNN 등을 통해 보도돼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러시아군의 공격에) 내가 맞을 뻔한 적도 여러번이었다"고 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언론인들이 하루아침에 종군기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침공이 시작된 이후 상당수 언론인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비교적 안전한 서쪽 르비우 등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지만, 격전지 현장에 남은 기자들이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전쟁 초기 운영을 중단했던 현지 언론사들도 최근에는 조금씩 취재·보도를 재개하고 있다.
문제는 언론사들의 수입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어서 취재진 임금은커녕 안전에 필수인 방탄 헬멧·조끼도 지급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르키우 현장을 취재했던 곤차르씨는 보호장비가 없던 당시에 대해 "별 차이가 없었는데, 3월말 외신기자들이 보호장구를 다 갖춘 걸 보니 그동안 얼마나 위험했는지 와닿더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도 마련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독립언론 '자보로나'의 카테리나 세르가츠코바 편집장은 최근 펀드를 설립했다. 이 기금은 국제적으로 품귀인 방탄 헬멧·조끼를 확보, 현지 언론사에 배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2월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언론인은 7명이다. 부상자는 수십 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은 지난 9일 러시아의 가짜뉴스에 맞서 진실을 보도한 공로를 인정 받아 최고 권위의 보도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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