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콘텐츠에 노출돼 정신적 충격받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아프리카에서 유해 콘텐츠를 가려내는 업무를 알리지 않고 직원을 채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타임 등에 따르면 이날 케냐에서 페이스북의 유해 콘텐츠를 검열하는 직무를 맡았던 대니얼 모타웅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과 현지 하청업체 '사마'가 케냐 헌법을 위반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현지에서 이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은 비정기적 보수와 불충분한 정신치료 지원, 노조결성 방해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렸다.
모타웅이 일했던 사마의 나이로비 사무소는 아프리카에서 페이스북 콘텐츠 검열 회사로는 가장 큰 규모로 직원이 약 240명이었다.
사마는 채용 공고에 콘텐츠 검열 업무를 한다는 사실이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알리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직무 성격을 알게 된 직원들은 안전망 없이 위험한 환경에 갇혀 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원고 주장이다.
또 하청업체 사마가 케냐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우간다 등에서 궁핍하게 사는 아프리카인을 의도적으로 겨냥했고 이들을 오도하는 채용 공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모타웅의 법률대리인은 회사가 지원자를 속였다면서 "지원하지 않은 일을 위해 집을 떠나는 것은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남아공에 살던 모타웅 자신도 2019년 채용돼 케냐로 간 뒤 약 6개월간 일을 했고, 이후 노조를 결성하려다가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케냐에 도착한 뒤 비밀유지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전달받았으며 실제 월급은 4만 케냐 실링(약 44만원)으로, 약속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모타웅이 일하면서 본 첫 번째 영상은 누군가 참수당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유해 콘텐츠에 정신적으로 충격받았고 최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모타웅은 "내가 케냐로 간 것은 나와 내 가족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였다"면서 "(그랬던 내가) 파괴당한 채 다른 사람이 돼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는 사측에 피해보상과 함께 나이로비의 콘텐츠 검열 회사에서 직원 착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하청업체 직원의 의료지원과 임금을 본사 수준으로 개선하고 노조결성 권리보장 등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의 콘텐츠 검열 업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미국에서 페이스북 콘텐츠 검열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2020년 사측은 합의금 5천200만 달러(당시 약 617억 5천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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