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EU 사무차장 방문 중 또 유럽인 억류…서방과 갈등 고조(종합)

입력 2022-05-12 01:00  

이란, EU 사무차장 방문 중 또 유럽인 억류…서방과 갈등 고조(종합)
"국가 와해 목적 사회 혼란 일으켜"…협상 중재 걸림돌 되나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서방과의 핵협상 중재를 위해 유럽연합(EU) 고위 관리가 이란을 찾은 가운데 이란이 자국 내 유럽인을 추가 억류했다.
11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정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럽 국적 2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부는 체포된 유럽인들의 국적을 밝히지 않은 채 이들이 국가(이란) 와해를 목적으로 사회 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정보부는 체포된 외국인들이 유럽 국가 정보 당국에 의해 고용된 전문 인력으로 이란 내부의 폭동을 계획하고 조장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인의 추가 억류 발표는 엔리케 모라 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이 교착 상태에 빠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개를 위해 이란을 방문한 가운데 나왔다.
IRNA는 모라 사무차장이 핵협상에서 서방의 시각차를 좁히기 위해 이란 협상단 대표인 알리 바게리카니 외무부 차관과 회담했다고 전했다.
모라 사무차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핵합의 복원 회담에서 의장을 맡아 이란과 미국의 가교 구실을 담당했다.
이란과 P5+1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들은 지난해 4월부터 복원 협상을 진행해왔다.

협상은 그간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될 만큼 진전됐지만, 이란과 미국은 혁명수비대(IRGC)의 외국 테러 조직(FTO) 지정 철회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란의 유럽인 억류는 EU의 핵협상 중재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이란에서는 유럽인들이 당국에 체포되는 일이 잇따랐다.
지난 6일에는 30대 스웨덴인이 당국에 붙잡혀 구금됐다.
이란은 스웨덴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전직 이란 관료가 무기징역 구형을 받은 뒤 유럽인들을 추가로 구금했다.
최근 전직 이란 검사 하미드 누리(61)는 스웨덴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다.
누리는 검찰 관료로 재직했던 1980년대 수천 명의 반정부 인사를 처형하는 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란은 누리에 대한 석방을 요구함과 동시에 이란 내 억류된 스웨덴인 아흐마드 레자 드잘랄리의 사형 집행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스웨덴의 의과대학에서 교수와 연구원으로 일하던 드잘랄리는 이란 핵 과학자들의 정보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넘긴 혐의로 2016년 4월 이란 당국에 체포돼 이듬해 사형이 확정됐다.
스웨덴 정부는 이란 사법부에 드잘랄리의 사형 집행 정지를 촉구해왔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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