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을 예술로 여기는 청소부 그릴 것"…주인공에 국민배우 고지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독일의 거장 영화감독인 빔 벤더스가 일본의 고급 공중화장실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제작 중이라고 AP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벤더스 감독은 이날 일본에서 열린 언론 인터뷰 행사에서 이같이 소개하면서 현대 도시인들에 관한 '사회적 의미'를 영화에 담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벤더스 감독은 인터뷰가 열린 도쿄도 시부야 구의 공중화장실을 언급하면서 "이곳의 공중화장실을 봤을 때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시부야 구의 고급 공중화장실은 쿠마 겐고, 안도 다다오 등 일본의 저명한 건축가들이 디자인했다.
다다오가 설계한 공중화장실의 경우, 공기순환이 잘 되도록 외벽이 둥근 프레임으로 짜여 있다.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니고가 제작한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물 없이 청소하는 곳이기도 하다.
벤더스 감독은 이런 고급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각본 내용은 여전히 다듬고 있지만 자신의 일을 공예 내지는 사회서비스로 여기고 있는 청소부를 영화에서 그려보겠다는 것이다.
주인공을 맡을 배우는 일본에서 국민배우로 일컬어지는 야쿠쇼 고지로 사실상 정해졌다. '셸 위 댄스', '바벨'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고지는 평소 벤더스 감독과 함께 작업하길 원하고 있었는데 출연 제의가 와서 곧장 수락했다고 한다.
벤더스 감독의 영화 제작은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라는 홍보 사업의 일환으로 구상됐던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한 해 미뤄졌지만,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방문객들에게 고급 공중화장실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일련의 사업 계획 속에 영화 제작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패션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 리테일링과 보트 경주 수익으로 여러 가지 인도적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 재단(The Nippon Foundation)이 후원을 해 왔다.
벤더스 감독은 이 영화가 소박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심오한 의미를 찾는 작업이 될 거라고 언급했다.
그는 "화장실은 누구에게나 같은 곳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늙은이와 젊은이의 구분 없이 모두가 인류의 일부일 뿐"이라며 "이런 생각은 참 유토피아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더스 감독은 '베를린 천사의 시', '파리 텍사스' 등의 영화로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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